<편집자주> 과거 식품 선택의 기준은 '맛과 가격'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 공식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당류·나트륨·단백질 함량 등 성분표부터 살핀다. '건강'은 더 이상 일부 소비자의 취향이나 프리미엄 옵션이 아니라, 식품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 됐다.
이러한 변화는 라면과 과자, 음료와 간편식까지 건강을 전제로 설계되도록 만들며 식품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메트로경제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에 맞춰 기업의 전략과 대응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한국 사회에서 식품은 이제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 됐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일상화, 자기 관리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등장 속에서 건강한 식품이 각광받고 있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84만 명으로 전체 인구 약 5111만 명 가운데 21.21%를 차지했다. 이미 2024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가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일상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이같은 인구 구조 변화는 소비 행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처럼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좌우되기보다 성분과 원재료, 실제 효능을 따지는 '정보 기반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강기능식품과 영양제 시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5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건강기능식품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자의 약 90%는 제품을 구입하기 전 성분, 효능, 후기 등을 사전에 검색·비교하는 과정을 거쳤다. 가격보다는 성분 함량과 과학적 근거, 브랜드 신뢰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젊은 세대에서도 확인된다. 단기적인 다이어트보다 지속 가능한 관리를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양성분표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비율은 20대에서 96%를 넘어섰다. 성분표를 '자주 또는 항상 확인한다'는 응답도 절반에 육박해 건강 관리가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유통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알 수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저당·저칼로리·제로 슈거 제품군 매출은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GS25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일주일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15% 이상 증가했고 저당·제로 슈거 간식 매출은 20% 넘게 늘었다. 샐러드, 단백질 바, 구운란, 닭가슴살, 단백질 음료 등 이른바 '관리형 식품' 전반이 동반 성장했다.
저당 간식은 이미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저당 아이스크림 브랜드 라라스윗의 '저당 팝콘 시리즈'는 출시 직후 월 매출 30억 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과거 허니버터칩 신드롬과 비교될 만큼 이례적인 성과로 '건강을 고려한 간식도 충분히 대중적인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분석이다.
저당·저칼로리 간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제로 편의점'과 무인 헬시푸드 매장도 대학가와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가맹 사업 개시 수개월 만에 두 자릿수 점포 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유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저당 식품 시장 규모는 2021년 461억 달러에서 2030년 998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을 고려한 식품 소비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준이 바뀌면서 식품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얼마나 맛있는가'보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가 더 중요한 구매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