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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환율·집값 부담에 기준금리 또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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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환율·집값 부담에 기준금리 또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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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부담까지 겹치면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금통위 기준 다섯 번째 연속 동결로,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속에 물가 상승 압력과 집값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원·달러 환율 불안이 꼽힌다. 최근 환율은 14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환율은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며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1477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3.50~3.75%로 한국보다 최대 1.25%p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할 경우 외국으로의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뿐 아니라 채권 투자도 크게 늘렸는데, 금리가 더 낮아질 경우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며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정부의 잇단 대책과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1월 첫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18% 오르며 4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율·부동산 불안이 이어지면서,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표현을 모두 삭제했다. 기존 통방문에 담겼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나 '인하 여부'라는 표현을 덜어내고,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 지원과 여건 점검을 언급하는 데 그치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경기·가계부채 부담에 인상도 '난색'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 최근 수출과 성장 지표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 동력은 반도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21.9%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를 제외한 산업의 수출은 오히려 줄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이른바 'K자형 회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잡히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인당 평균 가계대출 잔액은 9721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대출 연체율 역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특히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변동금리 상품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이 급증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직후 "환율이 12월 말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등의 영향으로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률이 연율 1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고,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도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통화위원회는 성장세 개선 흐름 지속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지방 부문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저신용 자영업자 및 지방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의 운용 기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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