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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 쿠팡사태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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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 쿠팡사태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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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빚어진 쿠팡 사태가 통상 마찰로 비화하고 있다. 사태 한달 반, 한국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영위하는 쿠팡은 어느 새 미국 기업이 되어버렸다. 미 의회는 우리 정부와 국회에 쿠팡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집중포화를 쏟아부었으며, 졸지에 우리 정부는 미국기업을 차별·압박하는 쇄국 정부로 전락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대한민국 수백만명의 학부모와 육아에 지친 부부, 고령 가족들에게 사랑받았던 쿠팡이 왜 지금은 한국 정부·정치권과 척을 진 미국 기업이 된 것일까.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할 때만 해도 미국에서 인정받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체로 묘사됐다. 한국기업으로서 이례적 성공에 큰 축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불과 2021년 초로 시계를 돌려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면 뉘앙스의 차이에 놀라울 지경이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쿠팡에 있다. 사태가 일어나도록 인증키 관리와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부터 사태 이후 대응까지, 논란을 키운 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나 정보보호 투자의 문제가 아닌 쿠팡의 문화적 요인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쿠팡의 모습은 최소한 한국인의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출'이 아니라 '노출'이라는 단어는 왜 고집했으며, 자체조사 결과 공지를 중단하라는 개인정보위원회의 촉구는 왜 수용하지 않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진정성이 묻어난 사과다운 사과도 없었다.

대개 기업에서 법무의 입김이 쎄면 소송만 난무하게 되고, 재무의 입김이 쎄면 비용절감만 하느라 미래사업 투자 기회를 놓친다. 개발자의 목소리만 들어서도 안되고, 소비자의 목소리만 들어서도 경영이 곤란해진다. 이 균형을 잡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부응하며 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을 경영진은 최우선에 뒀어야 했다. 그러기는 커녕 별안간 미국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향후 한국에서의 사업은 고려하지 않은 벼랑 끝 전술처럼 보여진다.

정부와 정치권도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 벼랑 끝에 내몬 것은 정치권이다.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문제를 한번에 쏟아내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책임을 묻는다면서 윽박만 질렀. 쿠팡의 태도에 대한 괘씸죄를 주로 묻는 모양새였다. 정부도 영업정지를 고려한다고 했지만,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모르겠다. 일벌백계라고 내리는 조치들의 상당수는 행정소송에서 패한다. 속시원한 야단치기 효과 정도만 있을 뿐이다. 대신 소송의 비용은 국민이 부담한다. 게다가 쿠팡의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서 새벽배송을 중단하라고 때리기도 힘들 것이며, 통신사처럼 신규 가입만 중단하는 방식은 쿠팡엔 큰 타격도 없을 것이다.


미국 기업과 한국 정부의 싸움으로 가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비정상적인 흐름을 끊는 것이 쿠팡의 미래 사업을 위한 기회다.

정부·국회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분명한 책임을 묻되, 여론몰이가 아니라 차라리 경쟁 환경 조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의 혜택은 전통시장의 소상공인이 아니라 쿠팡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변화하는 기술과 수요를 감안해 유통시장의 틀을 바로 잡을 때다.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지난 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지난 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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