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해 주요 의원, 업계 관계자 만나 ‘디지털 이슈’ 아웃리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토드 영 상원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
“쿠팡에 대한 수사는 미국 기업 탄압이 아니다. 이번 사안을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상·하원 주요 의원, 협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디지털 이슈와 관련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아웃리치)을 했다고 15일 산업부가 밝혔다. 특히 쿠팡에 대한 수사를 통상 갈등으로 비화시키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 12일부터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이다. 그는 여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쿠팡 수사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했다. 최근 쿠팡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일어났고 현재 관계 법령에 따라 관련 기간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1월말 고객 3370만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고, 이후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쿠팡 사태에 대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리드 중이다.
이러한 쿠팡에 대한 조사를 미국 측이 ‘미국 기업 탄압’으로 간주하며 양국의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에 여 본부장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쿠팡은 한국에서 대부분 사업을 펼치지만, 최상단 지배회사인 쿠팡Inc가 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며 미국 증시에 상장돼 모기업 기준 미국 기업으로 분류된다.
여 본부장은 아울러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법(온플법)’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들에 대해 차별적이거나 불필요한 장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온플법은 미국 디지털 기업을 과도하게 겨냥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
산업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의 이번 방미 중 면담에 대해 미 의외 및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며 “향후 디지털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향후 한국의 디지털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한미 정상 간 공동 설명자료에 포함됐던 양국 간 비관세 관련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 현황을 논의했다.
또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해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관세 합의를 이룬 한국이 여타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대법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관계없이 양 측이 지금과 같은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당초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9일로 예정됐으나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다음주 중으로 판결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 본부장은 러셀 바우트 백악관 관리예산실 국장과도 관세협상 후속 조치 추진현황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조선 등 핵심 산업에서 한미 간 투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관세협상 합의 이후 전반적으로 미국 내 한미 간 통상 및 투자 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으나, 디지털 통상 이슈, 미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정책 의도와 배경을 정확하게 미국 정부, 의회, 업계에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관계부처 등과 함께 지속해 대미 아웃리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여 본부장은 이날 귀국하기로 했지만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관련 포고문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정을 연장했다. 그는 “하루 더 (워싱턴에) 묵으면서 진상 파악을 하려 한다”며 “우리가 면밀하게 (관련 포고문 및 행정명령을)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 같이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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