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엔비디아 H200 통관 봉쇄
美·이스라엘 10여개사 SW 금지
단기 협상·중장기 디커플링 병행
美·이스라엘 10여개사 SW 금지
단기 협상·중장기 디커플링 병행
중국이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와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겨냥하며 미·중 기술 갈등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에 대해서는 세관 단계에서 통관을 막는 한편, 중국 기업들에게는 미국·이스라엘산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사용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압박하는 ‘이중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은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엔비디아의 AI 칩 ‘H200’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과의 회의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한 해당 칩을 구매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지시가 워낙 엄중해 사실상 금수 조치와 마찬가지”라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은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엔비디아의 AI 칩 ‘H200’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과의 회의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한 해당 칩을 구매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지시가 워낙 엄중해 사실상 금수 조치와 마찬가지”라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통관 제한이 기존 주문 물량에도 적용되는지, 신규 주문에만 해당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달 기준 개당 약 2만7000달러에 달하는 H200 칩을 200만 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비디아가 보유한 재고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H200은 미국 상무부가 최근 개정한 반도체 수출 정책에 따라 조건부로 중국 수출을 허용한 고성능 AI 칩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이 칩의 수입 승인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는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조사업체 로디움 그룹의 지정학 전략가는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기술 통제를 완화하거나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며 “AI 칩은 중국이 쥔 몇 안 되는 실질적 지렛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크리스 맥과이어 외교관계협의회(CFR)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이 AI 칩을 수출하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믿는다”며 “이에 따라 중국은 수입 승인을 대가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낼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압박은 하드웨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같은 시기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 업체들이 만든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이스라엘 기업 10여 곳 이상의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사용 중단 대상으로 거론된 업체에는 브로드컴이 보유한 VMware를 비롯해 팔로알토네트웍스, 포티넷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업체로는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스 등이 거론됐다. 중국 당국은 해당 소프트웨어가 기밀 정보를 해외로 수집·전송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장도 반응했다.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5% 이상 하락했고,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약 1%, 포티넷은 약 2% 떨어졌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에서 직접적인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높아졌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반도체와 AI,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서방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외국 정보기관의 해킹이나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컴퓨터 장비, 운영체제, 워드프로세서, 보안 소프트웨어 등 핵심 IT 영역에서 서방 기술을 국산 대체재로 바꾸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사이버보안 기업으로는 360시큐리티테크놀로지와 뉴소프트(Neusoft) 등이 꼽힌다. 중국 당국은 이들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 자립 생태계’를 구축해 서방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불안정한 무역 휴전을 유지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베이징 방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단기적 압박을 넘어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가 15일 사설에서 “엔비디아 H200에 대한 미국의 조건부 수출은 ‘차별적’이지만, 중국은 이를 통해 기술 자립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이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는 그렇지 않으면서 중국에만 유독 수출 규제를 하는 것은 차별적인 조처”라면서 “다시 말해 기술적 우위를 무기화하고 정치화하는 워싱턴 당국의 관행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도 결국 미국이 H200 조건부 수출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이 반드시 승리해야 할 영역이라고 여기는 컴퓨팅 파워와 AI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은 외부 세계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제한하든 허용하든 중국의 기술적 자립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따라야 하며 그걸 통해 과학기술 강대국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