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구 확대후 재건축·재개발 갈등
다주택자, 처분 겹치면 현금청산 불안
조합 내부갈등·고의지연 의혹 늘어
전문가 “현실적 예외규정 검토 필요”
다주택자, 처분 겹치면 현금청산 불안
조합 내부갈등·고의지연 의혹 늘어
전문가 “현실적 예외규정 검토 필요”
재당첨 제한 규정으로 2023년 대규모 현금청산이 일어났던 한남3구역 일대 모습. [헤럴드 DB] |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확대 이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에서 5년 재당첨 제한이 사업 지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정비사업 구역에 주택을 보유한 다물건자(다주택자)들이 관리처분 시점이 5년 이내로 겹칠 경우 일부 물건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조합 내부 갈등과 사업 고의 지연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한 정비사업장은 추진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반대단체가 설립되는 등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단지 주민을 상대로 배포된 추진위 사업 안내자료에는 ‘강남·송파 일대에서 사업 속도가 비슷한 다른 재건축 단지를 함께 보유한 일부 다물건자들이 재당첨 5년 제한 적용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관계자는 이에 “문제가 제기된 일부 주민단체 핵심 구성원들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다른 지역 정비사업 물건을 보유한 다물건자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분양 또는 일반분양을 받은 ‘분양대상자’와 그 세대에 속한 자가 분양대상자 선정일(조합원분양은 최초 관리처분계획 인가일)부터 5년 이내 다른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에 다시 분양신청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여러 구역에 주택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정비사업 일정이 겹칠 경우 사실상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이해관계 충돌이 사업 추진 동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매매를 통해 보유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제도까지 맞물리며 사실상 ‘팔고 나갈 출구’가 막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10·15 대책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넘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규제가 확대되면서, 이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광폭적인 규제 확대에 수도권 전역 주택 거래가 급감해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 여건은 이전보다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는 재당첨 제한이 현금청산으로 이어진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한남3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 가운데 일부가 과거 다른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 또는 일반분양 당첨 이력으로 재당첨 제한 규정에 해당하면서 조합원 분양 대상에서 제외됐다.
더군다나 이들 조합원은 시세 상승이 반영된 아파트 분양권 대신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한 현금청산을 통보받았다. 한남3구역 조합원 3834명 가운데 216명이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됐으며, 이는 조합원 약 20명 중 1명꼴이다. 정비계획 구역 내 토지를 보유하고도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 사례다.
정부가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규제가 현장에서는 ‘속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취지가 투기 억제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물건자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 등이 손실 회피를 위해 총회 참여나 동의 절차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경우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투기과열지구에서 5년 재당첨 제한이 적용되면 절대적인 숫자는 많지 않더라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조합원 가운데 다물건자가 단 한 명만 있어도 사업 추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와 목동 등 일부 재건축 단지 조합에서는 재당첨 제한에 걸릴 것을 우려해 향후 대응 방안을 묻는 다물건자들의 실제 상담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면 투기과열지구 해제나 재당첨 제한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예외 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