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 잇단 전문가 확보전
AI·로봇·자율주행 등 신성장산업
트렌드·기술 난이도 급변에 대응
경쟁력 위해 새해 고급인재에 사활
AI·로봇·자율주행 등 신성장산업
트렌드·기술 난이도 급변에 대응
경쟁력 위해 새해 고급인재에 사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인공지능(AI) 반도체·로봇·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앞다퉈 외부 전문인력 수혈에 나섰다.
AI 열풍 속 산업 전반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갈수록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면서 각 사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제히 고급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관련기사 2면
채용 분야도 모두 그룹의 미래 생존을 좌우할 신성장동력에 집중됐다. 신규 채용시장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문성을 갖춘 경력인재 수혈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잇달아 경력채용 공고를 내며 인재 확보전에 불을 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말 미래로봇추진단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경력사원 채용을 실시했다. 로봇 핸드 제어를 비롯해 ▷서보 모터(위치·속도 정밀제어 모터) 드라이버 회로 설계 ▷보행 제어 ▷전신 제어 ▷학습 기반 매니퓰레이션(조작) AI ▷모션 플래닝 및 제어 등 6개 직무에 걸쳐 외부 인재를 수혈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폴더블·IT·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인재 확보에 뛰어들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이번 채용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주름·내구성을 개선할 적층구조 관련 개발자 ▷차량용 디스플레이 개발자 ▷완성차 업체·최상위 전장업체 대상 프로모션 전략기획 담당자 등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IT 기기 제조사별 제품 및 기술을 분석할 인력과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 차별화 전략을 수립할 인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가장 밑 부분인 베이스다이 연구개발 및 설계를 담당할 인력을 채용 중이다. 베이스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프로세서와 연결돼 통신하는 일종의 ‘두뇌’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부터는 기존 D램 공정이 아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초미세 공정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각 고객사 니즈에 최적화한 맞춤형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틱스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낙점한 현대자동차그룹도 관련 인재 채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의 연내 상용화를 선언한 지난 9일 현대차는 ‘차량 레벨 자율주행·전력 기능안전 개발’ 분야 채용 공고를 냈다.
지난 13일엔 현대차 첨단차플랫폼본부(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자율주행 기술 분야 전문가인 박민우 박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에서 컴퓨터 비전 기반 자율주행 분야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양산과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 세계적인 기술 리더로 평가 받는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기술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아이오닉 6 기반 자율주행 시험 차량을 타고 판교 일대에서 직접 시승하며, 기술 개발 현황을 직접 살피는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 업계도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관련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미국 테라썬 출신 류타 레이 사카 전 테라썬 수석부사장을 미국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ESS 사업부 부사장(VP)으로 영입한 바 있다. IHI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테라썬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에너지 저장 시스템 통합 설루션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최근 ‘ESS 애플리케이션 및 통합 엔지니어링 담당 티렉터’에 대한 채용 공고를 게시하는 등 시스템 및 안전 관리 등 ESS 분야 전문가 영입에 분주하다.
한화오션의 한미 조선 협력 거점지로 꼽히는 한화필리조선소는 핵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면서, 한화필리조선소는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 건조 추진 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이에 버지니아급 핵잠 건조 경험이 있는 인력을 미리 확보해놓겠다는 전략이다.
자주포, 장갑차 등 지상 무기를 개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장비(LS) 사업부는 현재 기업분석과 인수합병(M&A)을 담당할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다. 수출 실적이 높은 LS부문 시너지를 높이려는 밑작업으로 해석된다.
이번 CES 2026에 참가한 국내 기업의 한 임원은 “기술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하면서 불과 1~2년 전 내놓은 로봇조차 한 물 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산업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고급인재 확보는 사업 성과뿐만 아니라 내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일·서재근·박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