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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N잡 설계사’ 영입 확산…관리 리스크는 과제

쿠키뉴스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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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N잡 설계사’ 영입 확산…관리 리스크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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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잡’을 앞세워 보험설계사 영입에 나서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완전판매와 고객 사후관리 미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본업을 병행하면서 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는 신규 조직 ‘N잡크루’를 도입했다. 이는 직장인·전문직·자영업자 등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개인 일정에 맞춰 설계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조직이다.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비교적 쉽게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부업 형태로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N잡러 설계사 제도는 이미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에서도 시행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3월 비대면 영업 플랫폼 ‘메리츠 파트너스’를 도입했다. 이후 유튜브 광고 등 마케팅에 적극 투자하며 플랫폼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TV나 옥외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기존 마케팅 기조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격적인 홍보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기준 파트너스 가입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2023년 말 비대면 영업지원 플랫폼 ‘원더’를 출시했다. 교육, 설계, 청약, 고객관리 등 보험 영업 전 과정을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어, 앱 하나만으로 설계사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N잡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원더를 통해 위촉된 설계사 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224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보험사들이 N잡러 설계사 확대에 나서는 이유로는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영업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전속 설계사보다 고정비가 적게 들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조직 관리를 효율화할 수 있어 영업 인력을 단기간에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N잡 설계사는 정착지원금이 필요 없어 회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설계사 조직을 확대할 수 있는 통로”라며 “활동이 미미해도 해촉되지 않고, 소수 실적만 있어도 자사 설계사로 집계되기 때문에 통계상 인원을 늘리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N잡러 설계사 유치 경쟁을 둘러싼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사실상 등록만 하고 영업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설계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우려다. 이는 소비자 보호 약화와 불완전판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업 설계사들조차 상품 종류가 많고 약관이 자주 바뀌어 전문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N잡 설계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가 더욱 어렵다”며 “교육과 상품 학습, 사후관리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제한돼 상담의 깊이와 상품 이해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부수입 확보 목적이 강해질수록 단기 실적 위주의 권유가 늘어나 불완전판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후관리 문제도 제기된다. 비대면 전속 설계사는 본업을 병행하는 구조상 장기적으로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근무 기간이 짧을 경우 보험금 청구나 계약 관리 과정에서 사후관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보험설계사의 1년차(13회차) 정착률은 2023년 기준 생명보험 36.9%, 손해보험 53.5%로 집계됐다. 2000년(생명보험 22.4%, 손해보험 39.8%)과 비교하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이 1년 이내에 해지·해촉되는 구조다. 보험설계사는 모집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돼 영업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신규 인력의 이탈이 많은데, 일각에서는 “부업 성격이 강한 N잡 설계사의 경우 정착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모집 주체인 보험사들은 관리 체계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설계사와 동일하게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철저히 운영하고 있으며,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