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가 마트에 진열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 연말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제품에도 GMO 원료 사용 표시가 의무화되면서, 소비자 인식 변화와 매출 감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원료 관리와 포장 변경 등 추가 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오는 12월31일부터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된다.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된 대두·옥수수 등 GMO(유전자변형생물체) 원료를 사용했다면 ‘GMO’로 표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실제 성분이 검출될 때만 표시 의무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원료 사용 이력이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간장·식용유·당류·전분 등 고도로 정제된 식품도 표시 대상에 포함된다. 그동안 이들 제품은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관련 성분이 제거되면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정제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식품업계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GMO라는 표현이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동반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제품까지 동일하게 표시될 경우 소비자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원료 이력 관리 체계 구축과 포장재 변경 등 전반적인 시스템 조정이 필요해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쿠키뉴스 자료사진 |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전자변형 물질이 남아 있지 않은 최종 제품까지 GMO 표기를 확대하면 소비자 구매 심리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며 “표시 대상이 늘어나면서 원료 관리부터 포장, 유통까지 전반적인 운영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해 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GMO는 30년간 사용되며 안전성이 입증됐고, 현재 72개국이 이를 인정해 식용·사료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콩기름이나 간장처럼 고온 처리나 정제 과정을 거친 가공식품은 DNA가 남지 않아 GMO 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은 기술적으로 GMO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예외를 둬온 것인데, 이마저도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완전표시제는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연 상태에서 자연 교배와 돌연변이로 모두 유전자가 바뀌어 왔다. 사람이 일부러 유전자를 조작하면 나쁘고, 자연에서 바뀌면 괜찮다는 논리는 과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GMO 대부분이 사료로 쓰이는데, 그렇다면 GMO 사료를 먹고 자란 소·돼지고기도 모두 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 교수는 완전표시제 논의가 과학이나 소비자 안전보다는 Non-GMO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려는 생산자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GMO 생산국이 아니라 수입국이기 때문에 값싼 GMO 원료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비싼 Non-GMO 원료를 써야 하고 결국 식품 가격 상승과 K-푸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실효성 없는 규제로 우리나라 식품 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완전표시제 도입을 둘러싸고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도의 실효성과 비용 부담, 소비자 혼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자, 정부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운영 방안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GMO 완전표시제와 관련한 현장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고, GMO표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