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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초호황에 반도체 기업 지각변동...SK하이닉스 3위로

조선일보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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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초호황에 반도체 기업 지각변동...SK하이닉스 3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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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저물며 퀄컴·브로드컴 순위 하락
메모리 기업들, 생산 능력 늘리는 경쟁 치열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뉴시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뉴시스


인공지능(AI)이 스마트폰·PC 등을 넘어선 차세대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도각지각변동이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AI반도체·AI 반도체·서버용루는 기업이 약진하고, 스마트폰·통신·PC용 반도체 주력 기업들은 밀려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례없는 초호황 국면에 진입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들의 매출과 업계 순위 상승이 가팔랐다.

◇AI 시대와 함께 약진한 메모리 기업들

13일(현지 시각)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순위(매출 기준)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총 7930억달러(약 1169조원)로, 전년 대비 21% 급증했다.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AI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AI 반도체와 그 속에 들어가는 메모리칩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각 글로벌 반도체 매출 순위 1·2위를 차지했다.

순위 상승이 일어난 것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37.2% 늘어나며 인텔을 제치고 3위에 등극했고,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매출이 50.2% 늘어나며 7위에서 5위로 두 계단 순위 상승했다. 이른바 ‘메모리 3대장’으로 불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모두 톱5에 오른 것이다. SK하이닉스가 3위에 오른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고, 마이크론이 5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며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범용 D램 물량까지 동난 상태다. 범용 D램(DDR4 8GB 기준) 가격은 지난해 초 1.4달러에서 연말 9.3달러로 급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2027년까지 메모리 수퍼 사이클이 이어지며, 범용 D램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HBM과 마찬가지로 ‘꿈의 구간’인 8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시대를 주름잡았던 퀄컴과 브로드컴은 각각 5·6위에서 6·7위로 한 계단씩 내려앉았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리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주력하는 기업이고, 브로드컴은 스마트폰용 통신 칩 시장 선두 주자다. 이 기업들 역시 온디바이스 AI 등 AI 특화 반도체 사업을 키워가고 있지만, 반도체 수요가 개별 기기가 아닌 데이터센터에서 창출되면서 순위를 메모리 기업들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내부 경쟁 치열해지는 메모리 업계

메모리 기업들은 이익을 최대한 쓸어 담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3일 SK하이닉스는 청주에 19조원을 들여 일곱 번째 첨단 패키징 팹을 짓는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론은 오는 16일(현지 시각) 기공식을 열고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 자사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 시설 착공에 나선다. 메모리 호황에 기업들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생산 능력이 꼽히는 만큼, 앞다퉈 생산 능력 증설에 나서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의 HBM 시장점유율(21%)을 가졌다. 회사는 뉴욕주에 팹 4곳을 짓고, 2030년부터 최첨단 D램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팹 4곳 전체의 클린룸 면적은 총 240만 제곱피트(약 22만3000㎡)로, 축구장 40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미국 내에서 HBM·D램 제조 성능을 입증하면, 미국·유럽 고객들이 마이크론 제품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주를 제어하는 견제 축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규제로 성장이 지연됐던 중국 반도체 기업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국 메모리 강자인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해 중국에서 서버·PC용 DDR5 제품 등 최신 D램 제품을 선보이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력 격차가 국내와 1~2세대 수준으로 좁혀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CXMT는 올해부터 HBM3, HBM3E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품과 기술 격차가 커 엔비디아·AMD 등에 판매가 어렵더라도, 중국 AI 반도체 기업들이 대거 구매에 나서면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XMT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다”며 “올해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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