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례 없는 성취와 구조적 위기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한 해를 보냈다. 서울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8위로 도약하며 런던, 뉴욕,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로 부상했지만, 생태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초기단계 (Early Stage) 투자는 사실상 빙하기가 지속됐다.
다만, 서울이 전 세계 도시 중 ‘지식(Knowledge)’ 축적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R&D(연구개발) 역량과 특허 기술력을 입증한 것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당장의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양성’을 잃고 소수 정예 위주의 ‘승자독식’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축적된 기술력이 실제 창업과 회수(Exit)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험하는 운명의 해가 될 전망이다.
‘지식 강국’의 역설… 기술은 세계 최고, 돈맥경화는 심화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과 KPMG 등 주요 글로벌 리서치 기관이 발표한 2025년 보고서를 종합하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형적 성장은 눈부시다. 서울은 글로벌 생태계 순위에서 전년 대비 한 계단 상승한 8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생태계의 질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식’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학 및 연구기관의 우수한 인력, 풍부한 특허 보유량, 활발한 R&D 활동이 결합된 결과로, 한국이 딥테크(Deep Tech)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음을 증명한다. 자금 조달(Funding) 부문에서도 세계 5위를 기록하며 자본 접근성 면에서도 아시아 최고 수준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서울이 전 세계 도시 중 ‘지식(Knowledge)’ 축적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R&D(연구개발) 역량과 특허 기술력을 입증한 것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당장의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양성’을 잃고 소수 정예 위주의 ‘승자독식’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축적된 기술력이 실제 창업과 회수(Exit)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험하는 운명의 해가 될 전망이다.
‘지식 강국’의 역설… 기술은 세계 최고, 돈맥경화는 심화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과 KPMG 등 주요 글로벌 리서치 기관이 발표한 2025년 보고서를 종합하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형적 성장은 눈부시다. 서울은 글로벌 생태계 순위에서 전년 대비 한 계단 상승한 8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생태계의 질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식’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학 및 연구기관의 우수한 인력, 풍부한 특허 보유량, 활발한 R&D 활동이 결합된 결과로, 한국이 딥테크(Deep Tech)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음을 증명한다. 자금 조달(Funding) 부문에서도 세계 5위를 기록하며 자본 접근성 면에서도 아시아 최고 수준임을 재확인했다.
실제 투자 수치도 회복세를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신규 벤처투자액은 9조 7,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고금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1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시장에 공급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착시 효과’가 드러난다. 투자 금액은 늘었지만 투자 건수는 오히려 34.2%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수의 검증된 기업에 거액의 자금이 몰리는 ‘메가 딜(Mega Deal)’이 시장을 주도했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초기 스타트업들이었다. 2025년 11월 기준, 설립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57.7%나 폭락했다. 시리즈 A 이전 단계의 투자가 말라붙으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시제품 제작이나 시장 검증 단계에서 좌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패 확률이 높은 초기 기업보다는, 당장 매출이 발생하거나 상장(IPO)이 가시화된 후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려는 안전지향 심리가 2025년 내내 시장을 지배했다”고 분석했다.
AI·제조 융합 트렌드 속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이러한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2025년 벤처투자 시장을 휩쓴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과 ‘제조(Manufacturing)’의 결합, 이른바 "피지컬AI" 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면서, 로봇이나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분야로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한국은 삼성, LG 등 글로벌 제조 대기업의 인프라와 우수한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실제로 2025년 3분기에는 제조 및 하드웨어 기반 AI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목격됐다. KPMG 보고서에 언급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시리즈 C에서 약 3,250억 원을 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플랫폼이나 단순 서비스 모델을 내세운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는 “한국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보였으며 서울이 ‘소셜 및 레저(Social & Leisure)’ 산업 글로벌 8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중국(성장률 45.9%)과 일본(36%)에 비해 생태계 성장률(23.7%)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분야에 편중된 성장이 전체 생태계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2026년, 30조 원 ‘실탄’으로 생태계 허리 세운다
정부는 이러한 ‘기형적 성장’을 바로잡기 위해 2026년을 생태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강력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벤처 4대 강국 도약 전략’에 따르면, 2026년 한 해 동안 30조 원 이상의 벤처투자가 집중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과 ‘초기’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이다. 전체 펀드의 40% 이상이 비수도권에 의무적으로 배정되며, 팁스(TIPS) 프로그램 선정 시 지역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해 ‘서울 공화국’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또한 ‘서울 비전 2030 펀드’를 통해 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고, 성수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유니콘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하여 초기 기업부터 유니콘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대전이 과학 비즈니스 벨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366위로 급부상하고, 대구와 광주가 세 자릿수 순위 상승을 기록하는 등 지역 거점 도시들의 잠재력이 확인된 만큼, 정부의 자금 지원이 이들 지역 생태계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금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 지놈 보고서가 지적했듯, 서울의 평균 엑시트 소요 기간이 9.2년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투자금을 회수하여 다시 재투자하는 선순환 고리가 막혀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M&A(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하고 세컨더리 펀드(구주 거래) 규모를 키워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회수 옵션을 제공해야만 민간 자본이 초기 기업으로 다시 유입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벤처스퀘어 등 스타트업 생태계가 민간 위주의 M&A 활성화를 위한 포럼 구성과 실전 교육 프로그램 등이 시도되고 있다.
마이크로 M&A, STO 등 스타트업 생태계 유동화에 대한 관심도 증가
2026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식 1위’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도감과 ‘초기 투자 붕괴’라는 위기감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보유한 압도적인 기술적 자산이 사장되지 않으려면 모험 자본이 다시금 야성을 되찾아야 한다. 정부의 30조 원 투자는 마중물일 뿐, 결국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대기업-스타트업 간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2026년은 딥테크 분야의 기술특례상장 요건 완화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규제 개선 등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번 정책적 드라이브가 성공하여 지역 소재 딥테크 유니콘이 탄생하고, 초기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반등한다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벤처 4강’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력은 이미 세계 정점에 도달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을 비즈니스로 꽃피울 수 있는 비옥하고 균형 잡힌 토양이다.
명승은 mse01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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