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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10대 절규에 24시간 응답…삼성금융이 살려낸 11명의 생명

헤럴드경제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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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10대 절규에 24시간 응답…삼성금융이 살려낸 11명의 생명

속보
NC AI도 '국대 AI' 재도전 안한다…"산업특화 AI에 집중"
100여개 자살예방 프로그램에도…사망원인 1위
삼성금융, 라이키·라임으로 학교 ‘생명 안전망’ 구축
24시간 상담 채널로 1년 반 새 청소년 11명 구조해
올해 예산 기존 14억5000만원→18억5000만원 증액
단발적 CSR 탈피·204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 추진
삼성생명은 4만7000여명 청소년의 마음건강 증진 공로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제1회 생명존중 임팩트 데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영권 연세대 상담코칭학 교수,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심민철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국장. [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은 4만7000여명 청소년의 마음건강 증진 공로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제1회 생명존중 임팩트 데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영권 연세대 상담코칭학 교수,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심민철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국장. [삼성생명 제공]



# 지난해 4월 어느 날 오전 11시, 청소년 상담 애플리케이션 ‘라임’에 짧은 메시지 한 줄이 떴다. “죽고 싶어요.” 이후 상담원의 애타는 질문에도 침묵이 이어졌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위기를 직감한 상담원은 112에 긴급 신고를 했고, 경찰은 한 달간 모아둔 감기약을 복용한 채 쓰러진 A 양을 발견했다. 4시간 뒤인 오후 3시, 병원 침대에서 의식을 되찾은 A 양은 라임 앱을 통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38분에 1명이 스스로 목숨 끊고, 약10분에 1명이 자살을 시도하는 나라.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년 연속 1위다. 연간 1만4872명, 하루 평균 40명이 넘는다. 특히 10대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372명으로 13년 연속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는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 청소년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또래 생명지킴이를 양성하는 ‘라이키(Life Key·생명의 열쇠) 프로젝트’를, 학교 밖에서는 24시간 SNS 상담 채널 라임(Life Mate·인생 친구)을 운영하며 위기의 청소년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삼성금융·교육부·생명의전화 CSR 성과 공유
삼성금융네트웍스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제1회 ‘생명존중 임팩트 데이’를 열었다. 2023년부터 교육부, 생명의전화와 함께 운영해온 ‘청소년 생명존중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국내에는 117개의 자살 예방 인증 프로그램이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한 청소년은 지난 2017년 2633명에서 2023년 6395명으로 2.4배 늘었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교통사고 인프라에 연간 8조원이 투입되는 반면, 자살 예방 예산은 1000억원에 못 미친다.

김용재 삼성금융 생명존중사무국장은 “학교 가정통신문에도 ‘자살 예방 교육’이라고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러는 새 문제는 심각해졌고,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옆 반 친구가 생명지킴이가 되는 ‘라이키’
삼성금융이 주목한 건 청소년의 고민 상담 패턴이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 1위는 친구(43.4%)다. 반면 선생님이나 상담 기관은 0.5%에 불과하다. 어른보다 또래를 먼저 찾는다는 얘기다.

2023년 출범한 라이키 프로젝트는 이 점에 착안했다. 초·중학생 중 또래 리더를 선발해 ‘생명지킴이’로 양성하고, 이들이 직접 강사가 돼 반 친구들에게 감정 표현법과 도움 요청 방법을 가르친다. 3년간 489개 학교에서 1239명의 생명지킴이가 배출됐고, ‘마음보호훈련’을 수료한 학생은 약 2만8000명에 이른다.


실제 라이키를 집중적으로 도입한 인천 동부교육청은 전년 대비 관내 청소년 자살 사안이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15개교 2901명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의지가 훈련 전 2.45점(4점 만점)에서 훈련 후 2.68점으로 높아졌다.

서울 혜원여중 장유정(13) 학생은 이날 행사에서 라이키로 활동하며 직접 강사가 돼 친구들에게 마음보호훈련을 진행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상황극을 통해 친구들이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했고, ‘도움 요청은 나약한 행동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졌다”고 말했다.

새벽 2시에도 켜지는 채팅창 불빛 ‘라임’

라이키 프로젝트와 SNS 상담채널 라임 주요 성과. [삼성생명 제공]

라이키 프로젝트와 SNS 상담채널 라임 주요 성과. [삼성생명 제공]



학교 밖에서는 라임이 안전망 역할을 한다. 라임은 2024년 출범한 청소년 전용 SNS 상담 채널이다. 24시간 운영되며, 상담이 가장 몰리는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이 가장 외로운 시간이다.

라임이 1년 반 만에 11명을 구조할 수 있었던 건 회원가입 시 휴대전화 번호를 받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위치 추적할 수 있어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구조된 11명의 나이는 11세부터 23세까지 다양하다. 부산에서 아파트 옥상에 있던 11세 초등학생을 구조한 사례도 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연속 상담’이다. 대부분의 상담 채널은 접속할 때마다 다른 상담원을 만나지만, 라임은 같은 상담사와 최대 8회까지 이어갈 수 있다. 신뢰가 쌓여야 진짜 속마음을 꺼낸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82명의 전문 상담원이 활동 중이며, 모두 석·박사급 전문가들이다.

“한 명, 한 명 소중히”…20년을 바라보는 약속
삼성금융은 이 사업을 단기 CSR이 아닌 20년 장기 프로젝트로 설계했다. 올해 예산도 기존 14억5000만원에서 18억5000만원으로 증액했다. 2040년까지 마음보호훈련 수료생 45만명, 라임을 통한 구조 170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날 4만7000여명 청소년의 마음건강 증진 공로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는 “오늘은 생명존중사업의 본질적 가치를 확인한 자리이자 청소년 마음보호 강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라이키와 라임을 통해 생명존중 문화가 학교와 현장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