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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왜 늘 늦게 진단될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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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왜 늘 늦게 진단될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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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환자들이 수년, 때로는 십 년 가까운 시간을 ‘이유 모를 두통’으로 견디며 살아간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환자들이 수년, 때로는 십 년 가까운 시간을 ‘이유 모를 두통’으로 견디며 살아간다. 게티이미지뱅크




편두통은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그 흔함에 비해 진단은 유난히 늦다. 많은 이들이 수년, 때로는 십 년 가까운 시간을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으로 견디며 살아간다. 왜 편두통은 늘 제때 이름 붙여지지 못할까. 《편두통 이전과 이후》 기획은 그 공백의 시간을 따라간다. 편두통이 진단에 이르기까지 왜 이토록 오래 걸리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차분히 짚어보고자 한다. 총 3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에서 1편은 진단에 이르지 못한 시간의 문제를, 2편은 평생 질환으로서의 편두통을, 3편은 진단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인식과 진료의 변화를 다룬다. 이 시리즈가 편두통을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삶의 흐름과 선택을 바꾸는 질환으로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두통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호전이 없었던 경우, 대학병원에서 뇌 MRI까지 찍고도 “이상 소견은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두통은 계속돼 답을 찾으러 오는 경우, 병원 대신 각종 대체요법을 시도하다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 경우들이다.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두통의 진단명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러나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가 첫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을 넘어 만성화되고, 다양한 증상이 겹치며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변해간다. 특히 학동기나 젊은 연령의 환자에게는 학업과 진로, 일상의 계획 자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편두통의 진단은 왜 이렇게 늦어질까.



첫 번째 이유는 인식 부족이다. 여전히 두통은 ‘참을 수 있는 증상’이거나 진통제 한 알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환자 스스로도 원인을 질환이 아닌 스트레스나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두통 발작과 발작 사이에는 비교적 멀쩡한 시간이 길어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 사이 두통의 빈도는 늘고, 진통제 복용은 잦아지며, 결국 만성 질환으로 자리 잡는다.



두 번째 이유는 진단에 이르는 경로 자체가 멀다는 점이다. 두통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병원이 아니라 약국인 경우가 많다. 병원을 찾더라도 CT나 MRI에서 이상이 없으면 충분한 설명 없이 “큰 문제는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게 된다. 심한 두통과 구토로 응급실을 찾아도 CT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진통제 처방만 받고 귀가하는 일이 흔하다. 구조적 병변이 없는 편두통의 특성상, 영상검사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진단의 기회가 쉽게 지나쳐진다.



세 번째 이유는 증상의 다양성과 복잡성이다. 편두통은 반드시 한쪽 머리가 박동치듯 아픈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양측 두통, 경추통, 어지럼, 메스꺼움, 시야 흐림, 편측 저림이나 힘 빠짐, 피로감, 빛·소리·냄새에 대한 과민 반응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환자들은 이를 편두통이라기보다 “몸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그 결과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 정작 ‘편두통’이라는 이름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의사에게도 진단 과정은 쉽지 않다. 편두통의 경우 두통 증상 자체보다 동반 증상을 더 자세히 물어봐야 한다.



“햇빛을 보면 눈이 시리신가요?”



“두통이 오면 조용한 곳을 찾으시나요?”



“체하면 머리가 아픈가요?”



이러한 질문을 반드시 하지 않으면 동반 증상을 알아내기 어렵다.



이처럼 편두통의 진단이 늦어지는 데에는 개인의 인식 부족, 의료 접근 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질환 자체의 복잡성이 겹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편두통이 단순히 한 시기의 증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편두통은 일회성 통증이 아니라, 삶의 전반을 따라다니는 평생 질환에 가깝고,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성은 편두통의 본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는 편두통이 왜 ‘삶의 전 주기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질환(life-long disease)’로 이해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호정 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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