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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M서 확인된 中-바이오 위상…글로벌 빅파마 ‘빅딜’ 중심에 서기까지

쿠키뉴스 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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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M서 확인된 中-바이오 위상…글로벌 빅파마 ‘빅딜’ 중심에 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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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JP모건, 연합뉴스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JP모건, 연합뉴스 



중국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 밸류체인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개막과 동시에 중국 바이오텍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며 이를 입증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중국 정부의 장기적 산업 육성 전략과 자본·인프라·규제 환경 개선이 결합된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평가된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는 12일(현지 시간) JPMHC 첫날 중국 바이오 기업 레미젠과 56억달러(한화 약 8조원) 규모의 이중항체 고형암 신약 물질 ‘RC148’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선급금(업프런트)만 6억5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RC148은 PD-1 및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이중항체 신약으로, 중국에서 고형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도 이날 중국 바이오 기업 사이뉴로파마슈티컬스와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뇌혈관장벽(BBB) 셔틀(약물전달기술) 기술이전 계약을 발표했다. 선급금 규모는 1억6500만달러(약 2400억원)다. 노바티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뇌로 전달하는 사이뉴로의 항체 기술을 토대로 신약 개발과 상용화 단계를 주도할 계획이다.

작년에도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와 잇따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 규모만 130조원에 달한다. 일본 다케다는 지난해 10월 중국 바이오 기업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와 114억달러(약 16조원) 규모에 이르는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이노벤트의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공동 개발 권리를 획득했다. 지난 7월엔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중국의 항서제약이 총 125억달러(약 17조9000억원)의 대규모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협력하기로 했다.

中 제약시장 규모, 4년간 31% 성장 전망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040년에는 중국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의 35%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중국 제약시장 규모가 2024년 2641억달러(약 372조원)에서 2028년 3454억달러(약 487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4년 새 31% 성장하는 셈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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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중국 기업이 선불금 5000만달러 이상을 받은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비중이 5%에 불과했으나, 2025년 1분기에 42%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임상시험 진행에선 중국이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2024년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임상시험 등록 데이터베이스에 71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등록해 약 6000건을 기록한 미국을 앞섰다.

중국 기업과의 글로벌 기술이전 트렌드는 2020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0년 중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은 전체의 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32%까지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ADC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ADC는 암세포를 탐색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페이로드(독성약물)가 연결체인 링커(접합체)를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차세대 항암제다. 특정 표적 세포에 약물을 전달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정확하고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으로 ‘유도탄 항암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2023년까지 1000건 이상의 ADC 관련 임상시험이 등록됐다. 전체 바이오의약 기술수출 중 AD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억달러(약 29조4800억원)에 달한다. 적응증을 보면 주요 임상연구 분야는 종양이며,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정부 지원 등에 업고 R&D 강화

업계는 중국이 단순 생산·임상 허브를 넘어 ‘혁신 파이프라인의 공급처’로 자리 잡은 배경에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자국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 조달은 물론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2024년에는 혁신 약물 임상시험 신청에 대한 심사 및 승인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 이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임상시험 개혁 정책을 세웠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중국의 중앙집중식 의약품 공공조달 제도는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을 촉진시켰다. 중앙 조달에 선정된 의약품은 마케팅이 필요 없고 병원 거래처를 넓힐 필요가 없어 고객 유지 관리와 시장 개발 과정을 건너뛰게 됐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마케팅 기능을 줄이는 대신 제품 혁신과 품질, 효율성을 강화해 시장 입지를 다졌다. 이 제도를 시행한 후 6년간 중국 기업들의 R&D 투자는 연간 23%씩 증가했다.

핵심 의약품 특허 만료를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은 중국 기업들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특허 만료를 앞둔 의약품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항응고제 ‘엘리퀴스’(아픽사반) 등이 있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다수의 핵심적인 의약품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며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타격이 크기 때문에 빅파마는 매출을 방어할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JPMHC를 계기로 중국 바이오 기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항체, ADC, 중추신경계(CNS) 등 고난도 분야에서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여주는 기술 성숙도가 빅파마의 투자 판단을 바꾸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과 규제 환경 개선 속에서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