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Why] ‘파킨슨병 신약 기대주’에서 상폐까지…카이노스메드는 어쩌다 자금난에 빠졌나

조선비즈 염현아 기자
원문보기

[Why] ‘파킨슨병 신약 기대주’에서 상폐까지…카이노스메드는 어쩌다 자금난에 빠졌나

서울맑음 / -3.9 °
에이즈 치료제와 파킨슨병 신약 후보로 한때 ‘차세대 바이오 기대주’로 불렸던 카이노스메드가 결국 코스닥 시장에서 퇴장할 위기에 놓였다. 기술이전 성과와 파이프라인 확장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만성적인 적자 구조와 자본잠식, 상장 유지 요건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카이노스메드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 결과 오는 26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 정리매매가 개시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기업심사위원회가 상폐 의결을 내리자, 회사는 즉각 이의신청서와 개선 계획을 제출했지만 시장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다투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신속히 진행하고, 거래 재개를 위한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이사/조선비즈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이사/조선비즈



카이노스메드는 2007년 6월 설립된 신약개발 기업으로, 에이즈와 파킨슨병 치료제를 비롯한 다계통위축증(MSA) 치료제, 항암제 등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 왔다.

MSA는 자율신경 이상과 함께 파킨슨병 또는 소뇌성 운동실조가 동반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고 발병 후 평균 생존 기간이 약 8년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신약 개발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카이노스메드는 이러한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2020년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에이즈 치료제 ‘KM-023’의 기술이전이 꼽힌다. 회사는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 아이디에 KM-023을 이전하며 중국 내 매출 기반을 마련했다. 초기에는 중국 단일제 매출의 2%를 로열티로 받는 구조였지만, 2023년 계약을 변경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 기술이전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특허 보유국 내 매출 총이익의 45%를 받는 조건으로 전환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 기대도 커졌다.

파킨슨병 치료 물질 ‘KM-819’는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2상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2상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 파시네이트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이번 임상을 통해 회사는 MSA 치료제 개발을 본궤도에 올리고, 이후 미국을 포함한 다국가 임상으로 확장해 글로벌 희귀의약품 지정과 조기 시장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앞서 2024년에는 미국 신경퇴행성 질환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캐롤리 발로우 박사를 최고의료책임자(CMO)로 영입하기도 했다.

카이노스메드 주요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카이노스메드

카이노스메드 주요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카이노스메드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과만으로 회사의 재무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자금 부담은 늘어나는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며 장기간 거래정지 상태까지 이어졌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적용됐던 법차손 및 상장 후 5년간 연 매출 30억원 요건 면제도 지난해 종료됐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7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2분기 누적 매출액은 5억원에 그친 반면, 순손실은 41억원으로 매출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재무 부담은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자본잠식률 50% 이상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2024년 기준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239.2%에 달했다.

자금 조달 역시 순조롭지 않았다. 카이노스메드는 2024년까지 쉬론 글로벌 그룹과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약 16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실제 자금 유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5일 정정 공시를 통해 납입일이 이달 23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장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큰 만큼,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임상 단계 진입이 재무적으로 부담은 물론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임상 2상과 3상에는 각각 수백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안정적인 자금 조달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발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력과 파이프라인만으로는 상장 유지에 한계가 있고, 일정 수준의 매출과 재무 안정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현실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 특성상 초기에는 법차손이 불가피한데, 기술특례 상장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동일한 잣대를 적용받는 구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기술 성과를 실제 매출과 자금 조달로 연결하지 못하면 상장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염현아 기자(y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