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러닝에 몰입하려는 이들이 늘 추세다. 힘찬 새해 첫 러닝은 한해를 단단하게 꾸릴 결심을 제공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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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 새해에 러닝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몇가지를 알아두자.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북반구에 위치해 새해에 겨울이다. 뛰러 나가기엔 두려움이 앞서는 계절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좋은가? 아무튼 달리다 보면 추위가 사라진다. 거짓말이다. 덜 추워지긴 하지만 안 추운 건 아니다. 그러니까 멋진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따뜻한 날엔 누구나 뛸 수 있다. 겨울엔 아니다. 용감한 사람이 될 기회다. 물론 이 날씨에 굳이 뛰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땐 자신에게 말하자. 어차피 러닝 하기로 한 거 그냥 뛰어! 고민 안 하면 뛰게 된다. 겨울에 뛰면 봄에 보상을 받는다.
알아 둘 것 첫째. 대회 신청을 하자. 한해 계획 세우듯 2026년에 참가할 달리기 대회를 신청해두면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다. 예전엔 봄, 가을에만 대회가 열렸는데 요즘은 1월, 2월에도 대회가 열린다. ‘마라톤 대회 일정’을 검색하면 상반기 대회를 확인할 수 있다. 유명 대회는 벌써 신청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인기 없는 작은 대회는 신청할 수 있다. 구청장배 마라톤 대회나 군수배 마라톤 대회 같은 우리 동네 대회도 찾아보자. 이런 대회들은 모집 인원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달리고 오기 좋다. 5㎞나 10㎞ 코스 위주여서 부담도 적고, 참가자들 표정도 밝다. 무엇보다 걸어도 창피하지 않다.
알아 둘 것 둘째.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날 달리자. 당연히 그렇게 추운 날 달리는 건 약간은 정신 나간 행동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옷을 세겹 네겹 입고, 장갑도 끼고, 얼굴과 귀를 덮는 모자를 쓰고 나가면 의외로 덜 추워서 놀란다. 달리면 당연히 열이 난다. 이런 날은 달리다가 다른 러너를 만나면 모르는 사이인데도 동지 같은 기분이 든다. 음, 이 정도면 나도 그럴듯한 러너라고 할 수 있겠어, 라고 혼잣말도 할 수 있다. 길게 뛸 필요도 없다. 3~5㎞면 충분하다. 성취감이 폭설처럼 쏟아진다. 눈 이야기를 한 김에 이어가보자면, 눈이 마구 내리는 날도 달리러 나가보자. 마치 고전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뿐 아니라, 이 정도 눈 따위는 달리기를 향한 내 의지를 막을 수 없어, 라는 혼잣말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한다면, 달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게시물을 올려보자. 추워서 조금만 뛰었어요, 라고 적자. 그 순간 이 우주의 승자는 당신이다. 무기력하고, 한없이 작은 존재로 느껴질 때, 이 방법을 사용하면 기분이 순식간에 바뀐다.
러너 성완이 인공지능 제미나이에 눈이 온 겨울 풍경 사진을 제공하고 “대충 갖춰 입고 나와 달리는 사람을 넣어줘”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
알아 둘 것 셋째. 혼자 달리자. 크루 모임은 봄에 가자. 추울 땐 크루 모이는 장소로 가는 도중 몸이 떨려 달리기 의지도 떨어질 수 있다. 곰도 겨울엔 잠을 잔다. 우리도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휴식하듯 말이다. 풍경을 친구 삼아 조용히 달리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달리기를 격한 육체 활동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기는 강물이 흘러가듯 경쾌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이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나는 왜 자신에게 가혹했지’이다. 두번째로 많이 하는 생각은 ‘지금도 충분히 좋다’이다. 세번째로 많이 하는 생각은 ‘내일은 더 좋을 것 같다’이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할 기회가 혼자 달릴 때 생긴다. 정말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솔직히 나도 모른다. 나는 그랬지만 다른 사람은 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한번 혼자 달려보자. 두번도 달려보고 세번도 달려보자. 달리기에 슬픔은 없다. 이건 안다.
알아 둘 것 넷째. 아무 옷이나 입자. 어차피 봄엔 멋 내고 싶어진다. 따뜻하니까. 겨울엔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가자. 두꺼운 겨울 러닝복 중에 멋진 옷을 본 적이 없다. 멋을 내도 멋을 안 내도 비슷하다. 그리고 다들 추워서 우리의 러닝 스타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 이렇게 입고 나가면 ‘패션 테러리스트’ 같은가? 괜찮다.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두꺼운 빨간 양말이나, 올이 헐거워진 운동복 바지도 괜찮다. 배가 유독 더 나와 보이는 집업(캐주얼 상의 중 하나) 재킷도 괜찮다. 달리러 바깥에 나가는 것만 집중하자. 달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서면 멋지고 예쁜 사람이 있어서 놀랄 것이다. 그 모습이 진짜 나다. 영하의 날씨를 이겨낸 용감한 도전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겨울 러닝복은 비싸다. 아껴서 봄에 더 예쁜 거로 사자.
겨울에는 잘 차려입고 달릴 필요가 없다. 편한 큰 잠바를 입고 모자를 대충 눌러쓰고 달려도 즐겁다. 장현수 제공 |
알아 둘 것 다섯째. 매일 달리자. 달리기를 빨리 걷기라고 생각하면 매일 달리는 게 쉽다. 굳이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려고 애쓸 필요조차 없다. 아, 물론 그건 좋은 일이지만, 추운 날 바깥에 나가는 게 싫은 건 대체로 당연하다. 지하철을 한 정거장 앞서 내리면 꽤 긴 거리를 걸을 수 있다. 조금 빨리 걸으면 달리기가 되는데, 그렇게 계속 달릴 필요도 없고, 천천히 100m, 200m 정도만 달리자. 걷다가 또 100m, 200m 정도 달리고, 더 달릴 수 있다면 300m도 괜찮지만 굳이 땀 날 정도로 달리지는 말자. 러닝화를 신지 않았고, 달리기에는 옷도 다소 불편할 테니 그냥 그 순간에 가능한 정도로 살살 달리자. 그렇게 걷고 달리기를 반복해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 거리를 확인해보면 1㎞는 넘고 3㎞ 가까이 될 때도 있다. 매일 하면 일주일에 10~15㎞ 이상 달리게 된다.
알아 둘 것 여섯째. 친구에게 자랑하자. 신체 활동에 대해 긍정 감정을 말하는 것만으로 그 행동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꽤 많다. 나 출근길에 2㎞를 뛰었어, 퇴근할 때 1㎞를 더 뛸 거야, 오늘은 주말이라 러닝복 입고 5㎞를 뛰었어, 라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가끔은 이런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영하 15도지만 2㎞를 뛰었어. 달리니 별로 춥지 않았고, 차가운 바람 덕에 기분이 오히려 좋아졌어. 처음엔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할 거고, 하루 이틀 지나면 함께 달리자고 말할 것이다. 건강한 대화를 이어나가면 삶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자신의 삶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도 변한다.
눈 위를 달리는 맛은 색다르다. 겨울 러닝의 매력이다. 성완 제공 |
여기까지 적은 내용을 요약하면, 러닝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새해 처음으로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따뜻하게 입고 걷고 달리기를 매일 반복하자. 어쩌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횡단보도 초록불이 깜빡일 때 전력으로 질주하고, 걸음 빠른 친구와 나란히 걷기 위해 숨을 헐떡이고…. 이런 삶 속에 달리기라는 인식에다 다소간의 루틴을 곁들이자. 쉽게 시작하고 언젠가 더 큰 목표를 가져보자, 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물리적으로 일주일에 두번 7~8㎞를 달리는 러너보다 오히려 꾸준하게 먼 거리를 달리는 셈이니까. 아무튼 무엇인가 더 하고 싶다면, 그다음에 생각해보자. 역시 강물이 흘러가듯 경쾌하게.
이우성 콘텐츠 제작사 미남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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