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 프로농구연맹 제공 |
프로농구연맹(KBL)이 지난 13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대구 한국가스공사 구단에 벌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 라건아 영입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사항을 어겼다는 이유다. 역대 남자프로농구에서 제재금이 3000만원 이상 부과된 것은 이번 포함 세 번뿐이다. 그정도로 한국가스공사가 큰 잘못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사안을 들여다볼수록 의아한 것은 KBL의 행보다. 그때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가, 이제는 문제라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징계를 준다.
라건아 세금 분쟁부터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라건아는 2025~2026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6월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했다. 그는 부산 케이씨씨(KCC) 소속으로 2019년부터 2024년(5월)까지 뛰다가 한국 리그를 떠났다. 이후 한 시즌 만에 복귀하면서 케이씨씨에서 뛰었던 마지막해(2024년 1~5월)에 해당하는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3억9800만원을 직접 납부했다. KBL 이사회는 외국인 선수가 팀을 떠날 경우, 해당 팀에서의 마지막 해(1~5월) 소득에 해당하는 종합소득세는 그를 데려가는 다음 팀이 내는 것으로 2023년 결정했다.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나는 농구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사회 결의사항대로라면 라건아가 아닌 그를 영입한 한국가스공사가 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하는 지점은 KBL이 라건아의 직접 납부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라건아가 세금을 납부한 뒤, 한국가스공사가 선수 등록을 요청하자 KBL은 결격 사유가 없다며 등록을 승인했다. KBL은 당시 한겨레에 “라건아 등록 시, 한국가스공사에도 확인을 거쳤고 본인의 의지로 세금을 완납하고 들어와서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결의사항을 어겼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KBL은 이에 대해 “향후 리그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며, 구단이 혼란을 가중한 점 등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으나, 혼란을 가중하는 주범은 바로 KBL이다. 애초 이 문제는 KBL이 라건아의 선수 등록 시 다방면으로 검토를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한국가스공사도 “KBL에서 (선수가 내는 것은 의결사항에 어긋난다며) 라건아의 승인을 거부했더라면 계약을 해지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라건아의 세금 액수가 부담스러워 그의 영입을 포기했던 구단도 있었던 만큼, 라건아의 세금 문제는 남자프로농구의 큰 화두였으나, KBL은 그저 손 놓고 있었다.
KBL이 뒤늦게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나선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라건아가 계약 당사자인 KCC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KCC가 “이사회 결의사항대로 한국가스공사가 내야 한다”며 KBL에 재정위원회를 요청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는 15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라건아도, KCC도, 한국가스공사도 저마다의 입장이 있다. 재정위원회와 별개로 라건아와 KCC의 법정 공방은 진행 중이다. 법의 판단과는 별개로 라건아 세금 분쟁을 계기 삼아 KBL이 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뒷수습이 아닌 앞수습을 하는 KBL이 보고 싶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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