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서울신문 언론사 이미지

어쩐지… 작심삼일·귀차니즘은 ‘나’ 말고 ‘뇌’ 문제였어!

서울신문
원문보기

어쩐지… 작심삼일·귀차니즘은 ‘나’ 말고 ‘뇌’ 문제였어!

서울맑음 / -3.9 °
학습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서
일 시작에 앞서 ‘제동 장치’ 역할
회피나 거부 행동과는 달라

보상과 스트레스도 구별
우울증·번아웃 치료에 도움
인위적 조작에는 신중해야


새해 시작과 함께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들이 많다. 동기부여에 따른 행동을 억제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학습에 관여하는 복측선조체와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복측창백핵이 그것이다.   네이처·픽사베이 제공

새해 시작과 함께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들이 많다. 동기부여에 따른 행동을 억제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학습에 관여하는 복측선조체와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복측창백핵이 그것이다. 네이처·픽사베이 제공


2026년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운동,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금연, 금주 등 저마다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다.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곤 한다. 사실 신년 계획이란 게 대부분 머릿속으로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뒀던 일들이다. 이런 ‘귀차니즘’이 발동하는 이유는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첫걸음을 내딛는 것에 대한 뇌의 저항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교토대 고등 인간 생물학 연구소, 인간 행동 진화 기원 연구센터, 일본 학술진흥회 공동 연구팀은 보상과 동기 부여, 학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복측선조체와 이와 연결된 복측창백핵이 과제를 시작하려는 의욕을 약화하는 ‘동기 부여 브레이크’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회로의 활성을 억제하면 목표 지향적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월 10일 자에 실렸다.

동기 부여 브레이크는 조현병이나 주요 우울 장애 같은 특정 신경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주로 관찰되는 것으로,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위험 회피 경향으로서 과제 거부 행동과는 다르다.

연구팀은 수컷 마카크 원숭이 2마리를 대상으로 두 가지 의사 결정 과제를 수행하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과제를 마치면 음료를 보상으로 받았고, 다른 과제에서는 보상과 함께 얼굴에 강한 바람을 쏴 스트레스를 줬다. 연구팀은 원숭이들이 화면 중앙의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해야 과제를 시작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원숭이가 과제를 시작하지 못하는 빈도를 측정해 동기 부여 정도를 파악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스트레스 가능성이 클 때 과제를 시작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이 화학 유전학적 방법으로 복측선조체에서 복측창백핵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억제하면 보상만 주어지는 과제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었지만, 스트레스를 주는 과제도 수행하려는 의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화학 유전학은 특정 뇌신경 세포(뉴런)에 인공 수용체를 삽입한 뒤, 해당 수용체에만 작용하는 약물을 투여해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면서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동물 행동 관찰과 전기생리학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복측선조체가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감지하고 복측창백핵의 행동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동물의 행동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의욕 저하나 무기력증의 핵심이 복측창백핵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사람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된다면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해 시작과 함께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들이 많다. 동기부여에 따른 행동을 억제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학습에 관여하는 복측선조체와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복측창백핵이 그것이다.   네이처·픽사베이 제공

새해 시작과 함께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들이 많다. 동기부여에 따른 행동을 억제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학습에 관여하는 복측선조체와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복측창백핵이 그것이다. 네이처·픽사베이 제공


연구를 이끈 아에모리 켄이치 교토대 교수는 “뇌의 ‘귀차니즘 시스템’은 지나친 부지런함과 과로로 인한 번아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 만큼 동기 부여 억제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