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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신성 모독’ 억지 논리로… 이란 “20대 청년 사형”

조선일보 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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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신성 모독’ 억지 논리로… 이란 “20대 청년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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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 체제 부조리 보여주는 율법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카라즈 지역에서 시위에 가담해 체포된 에르판 솔타니(26).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14일 처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소셜미디어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카라즈 지역에서 시위에 가담해 체포된 에르판 솔타니(26).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14일 처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소셜미디어


이란 당국이 14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에르판 솔타니(26)를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이란이 그런 짓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8일 본격화된 반정부 시위로 수천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청년의 사형 집행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이슬람 신정 체제’의 부조리와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솔타니는 이번 시위 참가자 중 즉결 처형이 예고된 첫 번째 사례다. 노르웨이 인권 단체 헹가우는 “시위 억압용 ‘본보기 처형’”이라고 했다.

솔타니는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근거한 ‘모하레베(Moharebeh·신에 대한 전쟁)’ 죄가 적용됐다. 신을 대리하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대항했기 때문에 사형에 처한다는 논리다. 고대 율법을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경전 코란 제5장 33절엔 ‘알라와 그 사도에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지상에서 부패를 저지르는 자들은 죽이거나, 십자가에 못 박거나, 서로 반대쪽 손과 발을 절단하거나, 추방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 이란 헌법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신의 대리인’으로 ‘절대 통치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하메네이에 대한 저항은 ‘신에 대한 전쟁’으로 여겨진다. 한 이란인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은 47년 동안 이런 짓을 해왔다”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의 뜻’이라며 매일같이 사람을 죽여왔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가운데 1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여성이 립스틱으로 총상을 입은 이마를 표현한 뒤 이란 시위 지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시위에 참여했던 여대생이 뒤통수에 총탄을 맞아 사망하는 등 시위대를 향한 총격 대부분이 눈과 머리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연합뉴스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가운데 1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여성이 립스틱으로 총상을 입은 이마를 표현한 뒤 이란 시위 지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시위에 참여했던 여대생이 뒤통수에 총탄을 맞아 사망하는 등 시위대를 향한 총격 대부분이 눈과 머리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2022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발생한 대규모 시위 때도 모하레베 죄를 적용해 시위 참가자들을 공개 교수형에 처했다.

솔타니가 이날 실제 처형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본지에 “솔타니 가족들이 잠도 자지 못한 채 감옥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란에선 보통 새벽 예배 시간을 알리는 기도 소리 ‘아잔’이 울릴 때 사형수를 처형하는데, 많은 이란 국민은 이를 ‘죽음의 멜로디’로 여긴다고 한다.

솔타니는 테헤란 서쪽 카라지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던 쿠르드족 청년이다. 지난 8일 밤 집에서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갔고, 가족은 사흘 동안 그가 살아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변호사인 친누나가 접근을 시도했으나 당국은 “시위에 참가하면 곧 사형이라고 이미 공고했다”며 사건 기록 열람을 거부했다. 솔타니는 변호인 조력, 증거 제출 등 기본적인 법적 절차 없이 체포 불과 나흘 만인 지난 12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10분간 작별 면회만 허락됐다.

이번 시위에서 사망한 참가자 다수가 눈이나 얼굴에 심각한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 정부가 사실상 시위 참가자들을 ‘즉결 처형’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메네이 정권은 국민을 죽이고 억압하면서 ‘이슬람 율법’을 근거로 들고 있다. 2014년엔 성폭행에 저항하다가 칼을 휘두른 20대 여성을 교수형에 처했고, 2019년엔 15세 소년 2명을 강간 혐의로 처형했다. 국제 기구들은 이란의 사형 집행 상당수가 미성년자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비(非)이슬람 신자, 세속주의자, 무신론자, 동성애자, 소수민족 등도 ‘신의 적’으로 낙인찍혀 처형당하고 있다.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여성을 돌로 쳐서 죽이는 ‘투석형’, 강도의 손발을 자르는 ‘절단형’도 공개 실시된다. 이성과 악수했다는 이유로 남녀에게 99대의 채찍질을 선고하거나, 여성 피임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켜 국제 사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란은 국제기구들이 사형 집행 집계를 포기한 중국을 제외하면, 매년 사형 집행 1위를 달리는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이다. 국제앰네스티,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500여 명이 처형됐다. 하루 4~5명이 처형된 셈이다.


이란의 사형 집행은 2022년 520건, 2023년 834건, 2024년 975건으로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스라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후엔 더더욱 동요하는 민심을 ‘죽음의 공포’로 다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 단체들과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감옥에선 사형수 처형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번 시위에서 체포된 인원은 최대 2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상당수가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받으며 솔타니처럼 ‘신의 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처형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모하레베

신정 체제 이란에서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를 처벌할 때 자주 사용되는 죄목. 페르시아어로 ‘전쟁을 벌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란 형법상 ‘신에 대한 전쟁’으로 간주되는 최고 지도자 모욕을 비롯해 다양한 반체제 행위에 적용된다. 이슬람 경전·율법에선 사형, 십자가형, 수족 절단, 추방까지 가능할 정도의 중범죄로 언급된다.

[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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