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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도 데이터화… “BTS 월드투어, 어디 몇 만명 올지 훤히 안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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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도 데이터화… “BTS 월드투어, 어디 몇 만명 올지 훤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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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K] [3] 테크 결합한 K팝 성공 전략
BT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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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하 BTS)이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끝내고 오는 4월 역대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에 나선다는 소식이 14일 공식 발표되면서 K팝뿐만 아니라 전 세계 K뷰티·K콘텐츠 등 관련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BTS가 전 세계에 불러일으킬 파급 효과 때문이다. 영국 BBC는 이날 “BTS, 대규모 투어 발표로 10억달러(약 1조4780억원) 수익 낼 듯”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냈다.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K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흥행에도 BTS의 팬덤 파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케데헌은 지난해 6월 말 처음 공개됐을 때 바로 입소문이 나지 않았다. 보름 뒤쯤 7월 16일 BTS 멤버 정국이 팬덤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에 ‘케데헌’을 본 뒤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흥행 폭발의 기점이었다. 넷플릭스 공식 계정에 ‘BTS 멤버 정국도 본 케데헌’이란 제목으로 눈물 훔치는 장면이 올라오면서, “‘케데헌’이 뭐냐, 우리도 보자”는 반응이 급속히 퍼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정국 눈물 영상’은 전 세계 수천만이 봤을 것”이라며 “넷플릭스나 위버스 모두 수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팬들이 만들어 업로드한 영상만 해도 이미 수십만~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BTS는 소셜미디어로 통칭되는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전 세계적 파급력을 누린다. 이는 “BTS의 노래와 인터뷰 등을 수많은 언어로 번역하고 음악을 듣고 전파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헌신(devotion)하는”(英 이코노미스트) 팬들 덕분이다. 소셜미디어와 팬덤 플랫폼으로 연결된 이들은 ‘좋아요’ ‘댓글’ ‘챌린지’ 등을 통해 BTS의 영향력을 증폭시킨다. 이는 “다른 수많은 팝스타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현상”이다.

◇“팬들이 만들어 내는 시장의 가치”

BTS의 성공은 196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장악한 비틀스의 성공에 자주 비교됐다. 비틀스는 1964년 당시 미국 공중파 TV(에드 설리번 쇼) 데뷔를 통해 당시 역대 최다 시청자인 7300만명을 끌어모으며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란 용어를 창출했다. 하지만 현재 BTS는 수억 명의 팬을 움직이며 댄스, 챌린지, 밈 문화 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비틀스가 TV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와 패션·헤어스타일 등을 유행시켰다면, BTS는 21세기 뉴미디어인 유튜브·X(구 트위터)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전 세계 팬덤과 소통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위버스에서 BTS를 따르는 팬덤의 숫자는 3237만명에 달한다. 이 중 1160만명(지난해 3분기 기준)이 이른바 ‘활성 이용자’로 분류된다. 활성 이용자는 주기적으로 위버스에 와서 굿즈를 사고 팬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이 어느 도시에 주로 살고 있고, 얼마를 지출하고, 콘서트 티켓을 몇 장이나 구입하는지 등은 고스란히 데이터로 쌓인다. 스트리밍 시청과 좋아요, 댓글, 챌린지 참여 등 이들이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데이터가 되고, 알고리즘을 움직이며, 시장 가치를 만들어낸다. 하이브는 사업 보고서 등에 활성 이용자 숫자를 주요 기업 정보로 공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팬덤 데이터는 기업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을 갖는 데이터”라며 “예를 들어 이번 월드 투어 장소를 선정할 때도 어느 도시에 가면 몇 만명을 동원할 수 있는지 등이 데이터 덕분에 매우 구체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팬덤 커뮤니티와 데이터가 BTS를 중심으로 한 K컬처 사업의 핵심 자산인 셈이다.

◇IT 한국, K콘텐츠와 만나 컬처 테크로 진화

K컬처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한때 ‘한류’라 불렸던, TV 방송에 기반한 K콘텐츠 산업은 부침을 겪었다. 2008년 보아를 시작으로 2009년 ‘원더걸스’ 등의 미국 진출은 번번이 실패를 겪었다. 주먹구구식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와 음반사를 찾아다니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미국에서도 종언을 고하고 있었다.


그 무렵 전 세계에 보급이 확산된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기반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2012년)이 히트를 쳤다. 바깥으로 눈을 돌렸지만, 해외 진출의 비밀은 우리 내부에 있었던 것.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무선 데이터를 확보한 한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미 타임지는 “한국의 가장 위대한 수출품, K팝”이라면서 “전 세계 가장 ‘핫(hot)’한 장면이 지구상 최고의 무선 액세스를 가진 국가(the nation with the best wireless access on earth)에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초고속 인터넷이 최초로 상용화된 한국은 특유의 ‘공유’ 문화를 키워왔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과 유튜브 시청 문화의 확산은 개인의 미디어 소비를 극대화했다. 2013년 데뷔한 BTS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삼성 등 휴대폰 산업을 필두로 한 IT 강국 이미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대중에 호소하고, 또 휴대용 기기에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보고 듣는’ 데 압도적인 K콘텐츠가 시너지를 이끌면서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했다.

‘한류외전’ 등을 저술한 경제산업학자인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K컬처가 글로벌 산업화되는 데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꼽자면 무선 인프라의 확충과 스마트폰 보급”이라며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과 넷플릭스 같은 OTT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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