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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이 오히려 검찰 권력 되살려”… 여권 강경파, 봉욱 저격

조선일보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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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이 오히려 검찰 권력 되살려”… 여권 강경파, 봉욱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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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중수청법’ 정부안에 반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4일 정부의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법안 수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이 발표된 지 이틀 만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 강경파는 정부안을 검찰 출신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했다고 보고 사퇴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안에 대해 중수청의 인력을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비법률가인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고, 공소청 검사에 보완수사권을 줄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실제 봉 수석은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 수석은 작년 12월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의 비공개 회의에서 “법률가 주도의 엄격한 이원조직 설계가 필요하다”며 중수청의 수사이원화를 주장했다고 한다. 현 검사와 동급인 수사사법관을 두고 비법률가인 수사관을 지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봉 수석은 ‘영장 신청권 등 주요 수사 권한을 수사사법관에게 전속시키고, 일반 수사관은 수사사법관을 보조하며 부수적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추진단 관계자는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봉 수석의 의견이 관철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정청래 대표와 대화하면서 “검찰의 권한이 없어지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상호 견제를 해야지” 등의 발언을 하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경찰에 수사의 모든 권한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여권 내 강경파는 봉 수석을 비판했다. 추진단의 자문위원 16명 중 6명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혁의 대상이어야 할 법무부 파견 검사들과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정부안을 주도하면서 오히려 해체돼야 할 검찰 권력을 되살렸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봉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걸 우려해 봉 수석을 직접 겨냥하진 않고 있지만 내부에선 “역시 검찰 출신은 못 믿는다”는 말이 나온다. 민변과 참여연대도 “중수청은 간판만 바꿔 단 제2의 검찰청”이라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강경파에 힘을 실었다. 이날 당 회의에선 정부안에 대해 “당 대표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에게 공청회 개최를 지시했다. 김어준씨의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검찰개혁의 권한은 국회에 있다. 정부안을 수정하겠다. 여러분도 각자의 역할을 해달라”고 썼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을 중심으로 법안 수정에 나섰다. 당내에선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주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유튜브에서 “지금 보니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도 주면 안 되겠다. 수사에 대한 요청권 등으로 톤 다운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법사위원은 본지에 “보완수사권은 폐지하고 감시와 견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중수청 안에 내부 심의기구를 넣는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안을 주도해 온 추진단은 당황한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전날 “당이 숙의하고 정부가 그 의견을 수렴하라”며 강경파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자문위는 수사관 이원화 문제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었다”며 “친여 유튜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논리로 밑도 끝도 없이 영장권, 기소권도 없는 중수청을 ‘제2의 검찰청’이라고 하는 건 황당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뿐 아니라 중수청을 지휘, 감독하게 되면서 정권이 수사기관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데 여당의 반발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게 선이고 어떤 게 악이라기보단, 어떤 게 국민을 위한 가장 좋은 제도인지 논의를 잘 해봐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비판에 대해선 “검찰 수사로 고통받은 분이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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