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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두달간 수사 미적대다 김병기 제명되자 압수수색

조선일보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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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두달간 수사 미적대다 김병기 제명되자 압수수색

속보
영국도 테헤란 주재 대사관 임시 폐쇄.. 인력 철수
공천헌금 등 고발된 혐의 13건
자택·사무실 등 뒤늦게 수색
“끈 떨어지니 수사” 비판 나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14일 불법 선거 자금 수수 의혹 등 13개 혐의로 고발당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서울 동작갑) 의원의 서울 동작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지역구 사무실, ‘숭실대 편입 특혜’ 의혹이 불거진 김 의원 차남의 자택, 김 의원 측근인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 주거지가 포함됐다. 경찰은 이날 김 의원 부부와 이 부의장 등 5명을 출국 금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의원 측이 2022년 총선 당시 동작구 구의원들에게서 3000만원의 불법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년 11월 확보하고도 두 달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김 의원이 지난 12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제명되자, 이틀 만에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여권 실세인 김 의원의 끈이 떨어지니 미적거리던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2022년 4월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 헌금’ 1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 경찰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2022년 한 카페에서 강 의원에게 직접 1억원을 건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만남에는 강 의원 지역구 사무국장 남모씨도 있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남씨도 지난 6일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이 당시 만남 현장에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2022년 민주당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이었다. 앞서 강 의원은 주변에 “(내가 직접) 돈을 받은 적이 없고, 뒤늦게 알게 되자마자 반환을 지시했다”고 했었다. 경찰은 강·김·남 세 사람의 삼자 대질 조사를 검토 중이다.

◇경찰, 김병기 의혹 핵심인 동작서는 빼놓고 압수수색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모두 갖게 된 경찰의 수사 역량과 의지가 최근 시험대에 올랐다. 집권당 실세로 꼽혀온 김병기(서울 동작갑) 의원 관련 수사를 경찰이 맡게 되면서다. 경찰은 14일 김 의원과 그 가족, 측근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김 의원이 민주당에서 제명되자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건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자인한 셈”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김 의원 측근인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이 사무실에서 썼던 컴퓨터에서 ‘숭실대 파일’이란 이름의 폴더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의장은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특혜 편입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관련 파일을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못했다. 경찰이 들고 간 압수수색 영장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불법 선거 자금 수수 의혹)만 적시돼 있었기 때문에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특혜 편입 관련 파일을 압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김 의원의 가장 시급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이미 관련 자료 내용은 파악을 했고, 사진도 찍어뒀기에 수사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작년 11월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편입 특혜 의혹 수사를 벌이다가 참고인 조사를 받던 김 의원 비서관 출신 인사에게서 김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담긴 진술서를 입수했다. 전직 동작구 구의원 2명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에게 수천만원을 줬다고 밝힌 탄원서였다. 그런데도 동작서는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핵심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의 탄원서는 김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전직 동작구 구의원 등이 2023년 12월 당시 동작을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 사무실을 찾아와 전달한 문건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 측이 선거 자금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직 동작구 구의원 2명은 탄원서에서 김 의원 배우자와 이모씨에게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전달했다가 3개월 뒤 되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김병기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14일 ‘불법 선거 자금 수수’ 등 13개 혐의로 고발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서울 동작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압수 수색을 마친 경찰 관계자가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김병기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14일 ‘불법 선거 자금 수수’ 등 13개 혐의로 고발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서울 동작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압수 수색을 마친 경찰 관계자가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동작서가 사건을 덮은 것인지 수사하고 있지만 이날 동작서를 압수수색하지는 않았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동작서의 사건암장, 범죄은닉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진상을 밝히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동작서의 지능범죄수사팀장을 맡았던 A 경감은 2024년 김 의원 배우자가 동작구의회 업무 추진용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며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사건을 내사하다가 김 의원 측에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경찰청은 15일 A 경감을 소환 조사한다.


경찰은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1억원 수수 혐의 사건 수사도 미적거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경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관리위원인 강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당시 공천관리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강 의원에게서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낳은 강·김 의원 대화 녹음이 지난달 29일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그날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경찰은 김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지난달 31일에야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했다.

김 시의원은 미국에 머무는 11일 동안 텔레그램 탈퇴·재가입을 두 차례 반복해 김씨가 미국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시의원이 강 의원 등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파악하려면 김씨가 당시 쓰던 휴대전화 단말기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김 시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과는 별개의 의혹에도 휘말렸다. 작년 10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김씨가 올해 지방선거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원하기 위해 불교 신도 3000명을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당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다가 석 달이 흐른 지난 13일 진 의원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경찰 내에서도 경찰이 정권 핵심부 의중을 의식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국가 중추 수사 기관을 자처하는 경찰이 수사 독립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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