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난 희화화 ‘샤를리 에브도’
이번에도 ‘화상 입고 스키’ 묘사
유족들 “희생자들 모독” 고소
이번에도 ‘화상 입고 스키’ 묘사
유족들 “희생자들 모독” 고소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그랑 몬타나’ 산에서 전신이 그을린 상태로 머리와 몸통에 붕대를 감은 두 사람이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모습이 담긴 만평을 그렸다. 지난 1일 새벽에 발생한 스위스 화재 사건을 묘사한 것으로, 고인 모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샤를리 엡도 |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겪으며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새해 첫날 발생한 스위스 스키 리조트 화재를 희화화하는 만평을 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재난·참사를 조롱하는 듯한 만평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면서 “희생자를 모독하고 비극을 경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가 최근 게재한 만평은 스위스 화재가 발생한 ‘그랑 몬타나’ 지역 표지판 아래에서 온몸이 그을린 두 사람이 머리와 몸통에 붕대를 감고 스키를 타는 장면을 묘사했다. ‘불에 탄 사람들이 스키를 탄다’는 제목의 만평에는 ‘올해의 코미디’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스위스 화재 유족들은 “만평이 웃음을 통해 폭력을 정당화한다”며 매체를 고소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7일 파리 편집국에 들이닥친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현장에 있던 기자 등 12명이 사망한 곳이다.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얼굴을 만평 단골 소재로 삼는 이 매체가 신성을 모독했다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에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 구호를 앞세운 추모 행사가 대규모로 이어졌다. 샤를리 에브도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이 매체는 도발적인 만평으로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맥도날드 광고판 앞에 아이가 쓰러진 장면에 “거의 다 왔는데…” 라는 문구를 넣은 2015년 만평이 대표적 사례다. 만평에 묘사된 아이의 모습이 그해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가던 중 튀르키예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당시 3세)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이 만평은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웃음거리로 삼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샤를리 에브도 출신 한 기자는 “난민의 고통에 대한 서구의 무관심을 비판하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2016년 8월 300여명이 숨진 이탈리아 지진 당시엔 사망자를 파스타 요리에 빗댄 만평을 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짓눌린 희생자들을 넓적한 면과 토마토 소스를 층층이 쌓은 라자냐로 묘사한 것이다. 2015년 말레이시아 MH370 항공기 실종 사건 때는 물가에서 발견된 조종사의 손이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모습을 그린 뒤 “조종사와 승무원의 일부를 찾았다”고 썼다. 이런 만평을 게재하는 매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샤를리 에브도 측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이 아닌 맥락을 읽어 달라”는 입장이다. 이 매체의 전 인사부장인 마리카 브렛은 이번 스위스 화재 관련 만평에 대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술집, 도망칠 궁리만 한 매니저 등 중첩된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해 영화적인 비유가 나온 것”이라면서 “풍자 만화가 꼭 폭소를 자아내야 한다는 주장은 허황된 망상에 불과하다”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샤를리 엡도가 2016년 8월 이탈리아 중부 지진 사망자들을 피해 정도에 따라 파스타 종류로 분류한 만평. /샤를리 엡도 |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2015년 9월 시리아를 떠나던 중 튀르키예 앞바다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3세 아동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조롱한 만평. /샤를리 엡도 |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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