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농구장 아래 숨은 빙판… 영상 20도 야구장서도 아이스하키

조선일보 김영준 기자
원문보기

농구장 아래 숨은 빙판… 영상 20도 야구장서도 아이스하키

속보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시에서 폭발· 화재.. 4명 부상
아이스링크에 담긴 과학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뉴욕 레인저스와 플로리다 팬서스가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맞붙었다. 이날 경기는 실내 아이스링크가 아닌 밤하늘이 훤히 보이는 야외에서 열렸다. 마이애미는 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가 넘는다. 이런 날씨 속에서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리그를 치를 수 있는 완벽한 컨디션의 야외 아이스링크를 만든 것이다.



아이스하키용 링크는 실내 경기장이어도 얼음을 얼리고 관리하는 데 온도·습도 조절에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NHL 구단들은 아이스링크를 만들 때 콘크리트 바닥에 냉각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 안에 글리콜 용액 등 냉매를 흘려보내 바닥 온도를 영하 9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물을 뿌렸을 때 곧바로 얼기 시작하는 온도라고 한다. 특정 지점에서 온도가 다르면 얼음 두께가 균일하지 않거나 물러질 수 있어서 파이프를 표면 전체에 고르게 설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파이프를 깔았으면 물은 스프레이 뿌리듯 천천히 얇게 도포한다. 약 1㎜ 두께로 물을 뿌리고 얼리기를 반복해 얼음에 기포가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이 작업을 최종 두께 1~1.5인치(약 2.5~3.8㎝)가 될 때까지 반복한다. 링크가 완성된 후엔 표면 온도를 아이스하키 경기에 최적화된 영하 5~6도로 유지한다. 경기 중이나 전후엔 ‘잠보니’라 불리는 정빙기를 이용해 손상된 얼음 표면을 깎아내고 뜨거운 물을 뿌린다. 얼음이 살짝 녹으면서 흠집과 파인 곳을 메우고 다시 얼어서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만들 수 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NHL은 마이애미 야외 경기를 위해 더욱 특별한 아이스링크를 만들어냈다. 우선 아이스링크를 개폐식 지붕이 있는 MLB(미 프로야구) 마이애미 말린스의 돔구장(론디포 파크)에 지었다. 경기를 할 땐 지붕을 열었지만, 아이스링크를 만들 땐 지붕을 닫아 내부 온도를 낮추고 외부 공기 흐름을 최대한 통제했다. 따뜻한 날씨에 얼음이 물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는 해가 진 오후 8시에 시작했다.

콘크리트 바닥 대신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 패널에 냉각 파이프를 깔아서 얼음 냉각 속도를 더욱 높였다. 얼음 두께도 일반 경기장보다 두 배가량 두꺼운 2인치(약 5㎝)로 만들었다. 얼음 부피를 키워서 외부 열기를 얼음의 냉기가 이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NHL 정규 규격 아이스링크를 만드는 데 물이 약 4만L 필요한데, 마이애미 야외 경기장엔 그보다 두 배 가까운 물이 사용됐다.

미국에선 아이스링크가 농구장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빙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NHL과 NBA(미 프로농구) 팀이 같은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공유하는 경우가 11곳이나 된다. 레인저스(NHL)와 닉스(NBA)의 홈구장인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킹스(NHL)와 레이커스(NBA)가 같이 쓰는 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가 대표적이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끝나면 얼음 위로 단열 데크 500여 장을 깔고, 그 위에 마루를 조립해 농구장으로 만든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위한 유리 펜스를 제거하고 농구 경기를 위해 관중석을 추가 설치하는 등 3시간이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고 한다. 실제로 NHL 경기 바로 다음 날 NBA 경기가 열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다목적 경기장에선 습기 관리가 생명이다. 공기에 습기가 많으면 아무리 단열재를 깔았어도 얼음의 냉기와 만나 농구 코트에 물이 맺히는 결로(結露)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얼음물이 담긴 유리잔 표면에 물기가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중 체온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고려해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고성능 강력 제습기를 가동하고 대형 팬(fan)을 돌려 습한 공기가 경기장 위에 머무는 것을 막는다.

이런 작업에 조금만 차질이 생기거나 기상 조건이 예측에서 벗어나면 ‘비상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8일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시카고 불스와 마이애미 히트의 NBA 경기가 코트 바닥의 결로 현상 때문에 취소됐다. 유나이티드 센터는 불스와 NHL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홈 구장이다. 이날 시카고 기온이 유난히 높았고, 비까지 내리면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경기장에 대거 유입됐다고 한다.

[김영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