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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셰프 없는 식당’에서도 감동 느낄 수 있을까?

조선일보 안병익 '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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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셰프 없는 식당’에서도 감동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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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맛’ 때문은 결코 아니다. 시청자는 음식을 맛볼 기회조차 없다. 대신 맛 이외의 즐거움들을 제공한다. 우리가 화면에서 즐기는 건 셰프들의 요리 과정, 그 안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눈에 보이는 정성이다. 또 자기만의 영역을 일궈낸 셰프들이 선보이는 창의력을 엿본다. 맛 말고도 음식은 즐길 요소는 이렇게 많다.

최근 외식업계의 큰 화두는 푸드테크다. 로봇 종업원은 일상이 됐다. 로봇이 내리는 커피, 로봇이 만드는 제육볶음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서 로봇 셰프들이 등장하면 머지않아 ‘요리사도, 종업원도 없는 식당’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지 모른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의 흐름까지 더해지면 이런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셰프 없는 식당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흑백요리사가 ‘흑백 요리기계 대전’이었어도 지금처럼 감동을 얻었을까. 현장의 셰프들이 펼치는 화려한 손 기술과 창조적인 요리를 로봇이 완벽하게 재현해도, 우리는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미쉐린 스타’를 받을 만한 실력의 요리 기계가 발명된다고 해도 인간 요리사가 사라지지 않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계가 만든 화려한 만찬보다 어머니가 사랑을 담아 차려준 작은 밥상으로 달려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에겐 여전히 누가 어떤 마음을 담아서 요리를 차렸는지도 중요하다. 셰프 없는 식당에서 우리는 감동받을 수 없다. 먼 미래, ‘피지컬 AI’에게도 식당은 미답의 고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안병익 '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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