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노숙자는 즉각 (수도 워싱턴을) 떠나야 한다”면서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노숙자 텐트 사진. 사진 출처 트루스소셜 |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
주거비 급등과 사회보장 프로그램(safety-net programs) 축소로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틈 사이로 떨어지는(fall through the cracks)’ 사람들이 늘고 있다. ‘cracks’는 사회안전망 밖의 사각지대를 뜻한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국가적 스캔들’로 규정하며 정부에 총력 대응(all-hands-on-deck approach)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hand’는 선원을 일컫는 말로, 갑판(deck) 위에 모든 선원이 집결하는 것은 ‘총력’을 뜻한다.
기후 변화는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폭염은 노숙자들에게 점점 생사의 문제가 되고 있다(pose a life-or-death threat for unhoused people). 지난해 여름 폭염의 기세가 무서웠던 코네티컷주의 한 노숙자는 2년 넘게 차에서 생활하며(live out of his car), 폭염이 닥치면 참고 버티거나(ride out the heat) 맥도널드처럼 냉방이 되는 곳에 잠시 들어가 몸을 식힌다(cool down)고 말했다. ‘ride out’은 경기 침체나 고통 등을 ‘견디다’는 의미로 쓰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get-tough policy)이 더해졌다. 그는 지난해 7월 도시 내 노숙자촌을 철거하라(clear out/break up homeless camps)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는 노숙자들을 ‘마약에 취한 광인들(drugged-out maniacs)’이라고 부르며 워싱턴이 ‘황무지(wasteland)’로 변했다고 개탄했다. 또 노숙자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부처 간 협의체인 USICH의 전 직원을 대기발령해(place all staff on administrative leave) 사실상 기구를 폐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강경책에 회의적이다. 노숙자촌 단속(crackdown on)이 노숙자를 보이지 않게 하고(force ∼ out of sight), 이곳저곳으로 옮기는(shuffle ∼ from one place to another) 것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노숙자들은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한다(criminalize)며, 단속에 응하지 않으면 교도소에 갈 수도 있다(wind up behind bars)고 두려움을 호소한다. 여기서 ‘bars’는 ‘교도소 철창’을 뜻한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고령 노숙자의 급증이다. 2024년 기준 노숙자 네 명 중 한 명이 55세 이상으로, 1년 새 8% 급증했다. 인구 고령화로 생애 최초 노숙자로 전락하는(∼ are aging into homelessness for the first time)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age’는 ‘나이를 먹다’라는 동사로도 쓰이며, ‘age into’는 ‘나이가 들어 ∼한 상태가 되다’라는 뜻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우아한 사람에게는 “You’re aging well”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취약하거나(medically vulnerable), 인지력 저하(cognitive decline)를 겪는 고령 노숙자를 수용할 여건이 되는 쉼터도 거의 없다. 이들은 대부분 기댈 곳이 없는(with nowhere to turn) 상태로 방치돼 있다. 트럼프는 월세 지원 예산을 40% 삭감했고, 의회 역시 저소득층 의료보호 제도인 메디케이드 예산을 축소하려는(putting safety-net programs like Medicaid on the chopping block)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마 위에 올려진’이란 뜻의 ‘on the chopping block’은 정책이나 예산을 축소하는 맥락에서 쓰인다.
연방 차원의 대응으로 PACE(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가 있다. 요양원 입소 대상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의료, 주거 지원을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장기적으로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costs could spiral out of control)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고령 노숙자 문제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 역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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