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디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반영한 ETF 상품을 발행했다 / 출처=백악관 홈페이지 |
[IT동아 강형석 기자] 상장지수펀드(ETF)는 여러 주식이나 채권을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금융상품이다. 개별 주식을 하나하나 사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 가능한 게 장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과일 선물세트를 사는 셈이다. ETF는 특정 산업군 혹은 테마에 집중한다. 기술기업에 집중했거나, 금융기업 주식을 모아놓은 ETF 등이 대표적이다.
2025년 12월 30일,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5개의 상장지수펀드(ETF)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기존 ETF 상품의 테마 분류와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 내 생산과 안보, 에너지 독립 등을 강조하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다.
상품은 정교하게 설계됐다. 자문사에 요크빌 아메리카 에퀴티스, 부자문사로 튜틀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참여했다. 마켓벡터 인덱스는 지수 관리자로 활동한다. 각 ETF는 규칙 기반 지수 추종 방식을 택했다. 펀드 매니저가 임의로 종목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편입 종목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미디어 ETF, 어떤 기업을 담았나?
트럼프 미디어가 선보인 5개 ETF는 ▲TSNF(Truth Social American Next Frontiers, 미래 첨단 기술) ▲TSSD(Truth Social American Security & Defense, 안보·국방) ▲TSES(Truth Social American Energy Security, 에너지 안보), ▲TSIC(Truth Social American Icons, 미국 대표 브랜드) ▲TSRS(Truth Social American Red State REITs, 레드 스테이트 부동산) 등 5개다. 5개 ETF의 연간 운용 수수료는 0.65%다.트럼프 미디어 ETF가 투자한 상위 10개 기업들 / 출처=네이버증권 |
TSSD는 국방과 안보 분야에 집중한다. 항공우주·방위산업, 통신 시스템, 사이버 보안, 무인 시스템, 보안 정보 소프트웨어, 훈련 시뮬레이션, 디지털 포렌식 등 산업에서 매출의 최소 50%를 올린 기업들로 구성된다. 기존 편입 기업은 매출 비중 25%까지 허용된다. 중요한 부분은 기업 매출이나 자산 비중의 최소 25%가 미국에서 발생해야 한다.
TSFN은 우주,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관련 기업 주식을 모았다.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들이 대상이다. 반도체 기업은 시가총액 100억 달러(약 14조 7450억 원) 이상이어야 편입 가능하고, 그 외 산업은 1억 5000만 달러(약 2211억 7500만 원) 이상이면 된다. 첨단 기술 리쇼어링(제조업 회귀) 수혜 기업들도 포함된다.
TSIC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비자 기업에 투자한다. 항공사, 자동차 제조, 의류, 음료, 방송, 생활용품, 개인 용품, 슈퍼마켓 등 소비자 친화적인 미국 브랜드들이 편입 대상이다. 매출이나 자산의 최소 33%가 미국에서 발생해야 하며, 기존 편입 기업은 25%까지 허용된다.
TSES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안보에 기여하는 기업들에 집중한다. 국내 석유, 가스,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다. TSRS는 부동산투자신탁(REIT) 중에서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지역을 의미하는 레드 스테이트에 집중한다. 신규 편입 기업은 매출이나 운영수익의 최소 65%, 혹은 보유 부동산의 65% 이상이 레드 스테이트 지역에 있어야 한다. 기존 편입 기업은 50%까지 허용된다.
과도한 운용보수와 높은 인물 의존도, 상품 구매는 신중히
트럼프 미디어의 ETF들은 출시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높은 운용보수다. 5개 ETF 모두 연 0.65%의 운용보수를 부과한다. 타 ETF 상품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ETF 운용보수는 종목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연간 0.05%에서 0.15% 정도다. 우리나라 기술과 금융주 등에 투자한 수익을 2배 추종하는 코덱스(KODEX) 레버리지 ETF의 운용보수가 0.64%로 트럼프 미디어 ETF 운용보수와 유사하다.이 외에도 TSRS와 유사한 찰스 슈왑(Charles Schwab) US REIT ETF(SCHH)는 연 0.07%, 뱅가드(Vanguard) 부동산 ETF(VNQ)는 연 0.13%의 운용보수를 부과한다. TSRS의 수수료는 찰스슈왑보다 9배 이상 높은 셈이다. 운용보수의 차이는 장기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10년간 자산 가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TSRS는 6.5%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반면 찰스슈왑의 ETF는 0.7%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다른 ETF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TSSD, TSES, TSFN, TSIC 모두 특정 산업을 표방하지만, 실제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중복이 많다. 국방과 에너지 ETF는 정부 지출이나 지정학적 긴장에서 수혜를 받는 대형 인프라·산업 기업들로 채워진다. 레드 스테이트 부동산도 에너지나 제조업이 활발한 지역과 겹친다. TSIC와 TSFN도 미국 리쇼어링 수혜주나 방산 관련 기술 기업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5개 ETF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비슷한 경제적 요인에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가 다각화를 위해 여러 ETF를 구매해도, 분산 투자 효과는 제한적이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 테마에 집중하다 보니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나 기술 기업들은 배제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미디어의 ETF 상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인물의 영향력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 출처=백악관 홈페이지 |
ETF 상품의 근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인물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부분은 약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혹은 정치적 스캔들이 발생할 때마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익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투자의 이정표보다 투자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트럼프 미디어 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ETF 주가 흐름을 보고 관련 기업에 대응하는 형태다.
ETF 시장은 성장세다. 글로벌 ETF 시장은 2024년 한 해에만 2000억 달러(약 294조 9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테마형 ETF는 상황이 다르다. 테마형 ETF는 출시 초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초기 자금이 몰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정 테마의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시장 흐름이 바뀌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미디어 ETF도 미국 우선주의 테마에 기반하므로 상품 구매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를 유도하는 게 아니며 모든 자료는 참고용으로 작성됐습니다. 모든 매매에 대한 선택과 결과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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