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한-중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희옥 |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원 명예원장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관계만큼 한-일 관계도 중요하다고 밝힌 바대로 중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해 셔틀 외교를 정상화했다. 특히 연초 방중 기간에도 한-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현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관리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공조 요청에 대해 인식과 대응을 분리해 접근했다. 또한 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을 문제 삼아 ‘대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를 발표하고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날을 세웠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공자 말씀’으로 들었다고 밝혀 연루의 위험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한편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을 고려해 다카이치 총리가 첨예한 중-일 갈등 속에서 한국을 끌어들여 국내 지지도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협력과 공급망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양국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한-중 및 한-일 연쇄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양국 간 신뢰 구축을 통해 4월 무렵 전개될 미-중 정상회담 등 새로운 국면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심모원려도 있었다. 특히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절실했기 때문에 한-중 정상회담에 공을 많이 들였고, 실제로 잘 준비된 외교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예컨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선제적으로 밝혔고,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이 대통령은 남북한 평화공존의 의지와 방안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에게 오랫동안 설명했다. 특히 ‘창의적 방안’, ‘평화의 제도화’,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는 발언 속에는 한반도 전쟁 상태의 종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밖의 관광·철도·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를 포괄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도 이 대통령의 제안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지역의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를 더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시 주석은 예의 남북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석자 얼음은 한번에 녹지 않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인내를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고,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려야’ 대화에 나선다고 못을 박았으며, 중국도 미-중 관계 전선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일정하게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신뢰 구축과 여건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예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한·미·일 공동 대응을 강조했고, 이 대통령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것이 ‘선 비핵화’를 강조한 것은 아니고, 돌출적인 발언도 아니다. 이미 한-미 정상회담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남북 관계 돌파구를 찾고 중국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몇가지 쟁점은 되짚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 역할론이다. 현실적으로 북한과 중국은 모두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한국이 설득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한, 북한과 중국이 먼저 움직일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대화에 나오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선 대화, 후 협상’ 대신 대북 협력 패키지를 제시하면서 중국과 함께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우회로도 동시에 찾아야 한다. 셋째, 대북한 메시지의 정돈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할수록 남북 관계의 길이 더 멀어지는 역설을 극복해야 하고, 당장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전시작전권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과 남북대화가 완전히 끊어진 지 이미 7년이나 된 상황에서 군사적 신뢰 구축 단초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메시지 조율이 필요하다.
앞차의 길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안전하지만, 새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필요하면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 판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판을 흔들 수 있어야 북한은 기회를 엿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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