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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 살찌운 비만치료제 시장…‘주사’ 던지고 ‘알약’ 잡았다[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헤럴드경제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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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 살찌운 비만치료제 시장…‘주사’ 던지고 ‘알약’ 잡았다[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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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릴리, ‘주사제’ 이어 ‘알약’으로 2라운드
릴리 ‘오르포글리프론’, 20만원대 파격가 예고
로슈·암젠·셀트리온 등 후발주자 대거 참전
CDMO 업계도 ‘비만약 특수’…빅파마들에 ‘손짓’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 샌프란시스코=최은지 기자.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 샌프란시스코=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샌프란시스코)=최은지 기자]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주사’를 넘어 ‘알약’으로의 거대한 진화를 시작했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무대에 선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 치료를 단순한 외형 관리가 아닌 ‘만성 질환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하루 한 알로 관리가 가능한 경구용(Oral)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2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비만약 시장이 ‘편의성’과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기준 아래 재편되는 모양새다.

▶릴리, ‘오르포글리프론’ 앞세워 게임 체인저 선언 =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 곳은 일라이 릴리(Eli Lilly)다. 릴리는 13일(현지시간) 메인트랙 발표에서 비펩타이드계 화학 분자 신약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통해 비만약의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릴리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 심사를 거쳐 이르면 2026년 2분기 중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오르포글리프론의 파괴력은 ‘공급망의 파괴’에서 나온다. 기존 주사제는 엄격한 냉장 유통(Cold chain)이 필수적이었으나, 화학 합성 방식의 이 알약은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특히 릴리는 한 달 치 기본 용량 가격을 149달러(약 20만원) 수준에서 테스트하며, 냉장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 브라질 등 글로벌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겠다는 ‘비만약 민주화’ 전략을 내세웠다. 하루에 5달러(약 7000원) 수준이다. 데이브 릭스 릴리 CEO는 “주사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에게 오르포글리프론은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 선두 품목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보유한 노보 노디스크는 ‘초집중(Laser-focused)’ 전략으로 수성에 나섰다.


라스 프루어가드 요르겐센 CEO는 “당뇨와 비만은 우리의 핵심 DNA”라며 파이프라인의 고도화를 강조했다. 노보는 주사제의 감량 효과를 앞지르는 ‘위고비 경구제’의 임상 데이터를 제시하며, 특히 고령층 환자들의 복합적 복약 환경에 최적화된 내약성 우위를 강조했다. 기존 주사제(위고비)의 용량을 높여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하는 전략과 경구용 옵션을 병행하여,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구상이다.

▶확산되는 비만약 골드러시… 로슈부터 셀트리온까지 가세 = 두 거인의 격돌 속에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로슈는 비만 분야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5건의 임상 결과를 예고했고, 암젠은 3개월에 한 번 맞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틈새 공략에 나섰다.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의 약진도 눈에 띈다.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의 로드맵을 전격 공개했다. CT-G32는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인 근손실을 최소화하고 개인별 효과 편차를 줄인 ‘4중 작용제’ 방식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CDMO 업계도 ‘비만약 특수’…“병목 현상 해결사가 승자” = 비만 치료제 열풍은 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를 넘어, 이를 위탁 생산하는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업계로 옮겨붙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CDMO 기업들은 비만약 생산의 ‘병목 구간’인 완제(DP) 공정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기업 발표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시장의 실제 병목은 완제(DP) 공정에 있다”고 진단하며, “삼성의 21개월 건설 신화를 바탕으로, 우리는 GLP-1 기업에 가장 빠른 시장 진입(Time-to-market)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론자와 후지필름 역시 각각 합성 신약 제조 역량과 대규모 충전 시설 증설을 내세우며 ‘비만약 골드러시’의 최대 수혜자를 자처했다.

특히 일라이 릴리가 예고한 ‘경구용 비만약’ 시대를 맞아, 기존 바이오 생산 중심의 CDMO 지형도가 합성 신약 생산 역량까지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