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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모든 이를 위한 뭉클한 한 상차림…‘흑백요리사2’가 바친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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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모든 이를 위한 뭉클한 한 상차림…‘흑백요리사2’가 바친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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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저는 특출난 음식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전국에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요리사 분들, 음식을 만드시는 일을 하시는 분들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최종회에서 최강록 셰프가 말했다. 그는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지만, 자신을 낮추며 전국의 모든 요리사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승자독식 구조인 서바이벌 예능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요리사들의 땀방울에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백수저 최강록과 흑수저 ‘요리괴물’ 이하성이 맞붙은 마지막 대결의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 주제가 주어지자 두 당사자는 물론 대결을 관전하던 다른 셰프들도 당황했다. 남을 위한 요리만 했지, 나를 위한 요리는 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치열하게 헌신하는 직업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 넷플릭스 제공


조림 요리에 강점을 보여온 최강록 셰프는 의외로 깨두부 등을 넣은 국물 요리와 소주 한병을 상에 올렸다. 그는 “경쟁에서 우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조림 음식을 많이 해서 ‘조림 인간’ ‘연쇄 조림마’ ‘조림핑’ 그런 별명들을 얻었다. 그러면서 조림을 잘 못하지만 조림을 잘하는 척했다. 사실 공부도 많이 했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척하기 위해서 살아왔던 인생이 있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저한테 위로를 주고 싶었다. 매일 다그치기만 했는데, 90초도 저를 위한 요리에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잘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고, 열심히 갈아넣으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샀다. 시청자 조정희씨는 “‘척하기 위해 살아온 인생이 있었다’는 진솔한 고백을 서바이벌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나도 직업상 척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저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건축가 겸 가수 양진석은 페이스북에 “‘전국에서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요리사 분들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우리 모두를 위안해주는 말로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썼다. 한 누리꾼은 “뜨끈한 우동 국물에 소주 한잔 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건네는 고마움이 느껴졌다”고 했다. 현직 셰프들도 “응원과 격려가 됐다”(허덕행·신창현), “힘이 났다”(백형빈) 등의 반응을 보였다.



‘흑백요리사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언더도그’ 서사의 흑수저 셰프들이 돋보인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에선 참된 리더십을 보여준 백수저 셰프들이 조명받았다. 50년 요리 경력의 후덕죽 셰프가 팀전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위계와 경력을 내세우기보다 후배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후덕죽적 사고’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손종원 셰프가 같은 팀 ‘요리괴물’의 실수에 차분히 해결법을 제시하며 “제 역할은 당황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솔루션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울림을 줬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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