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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힘이 필요한 시대, 10주기에 다시 읽는 신영복의 말과 글…‘신영복 전집, 다시 읽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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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힘이 필요한 시대, 10주기에 다시 읽는 신영복의 말과 글…‘신영복 전집, 다시 읽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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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15일 세상을 떠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생전 인터뷰(2015년 4월) 모습.  그는 마지막 저작이 된 <담론>을 통해 사회 변화와 역량 축적을 위해 작은 숲들의 소통과 연대를 강조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2016년 1월15일 세상을 떠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생전 인터뷰(2015년 4월) 모습. 그는 마지막 저작이 된 <담론>을 통해 사회 변화와 역량 축적을 위해 작은 숲들의 소통과 연대를 강조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1941~2016)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가 고초를 겪었던 시대와 달리 한국 사회는 민주화됐고,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으로 무도한 지도자를 두 번이나 끌어내렸다. 그러나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주장들이 사회 일각에서 확산되면서 그가 평생 강조했던 ‘성찰’의 의미를 되새겨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대도 사회도 변했지만,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영복의 말과 글이 우리 시대 모순과 대립을 넘어서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의 10주기에 맞춰 뭉쳤다. 출판사 돌베개는 신영복의 저서들을 새롭게 묶어 <신영복 전집>을 간행하고, 또 13명의 학자들이 저마다 연구 분야에서 그의 삶과 사상에 관해 강의한 내용을 엮은 <신영복 다시 읽기>를 펴냈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선생이 강조하셨던 ‘성찰’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며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며 변화할 수 있는 ‘성찰적 주체’야말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말한다.

20년 20일의 긴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48세의 신영복은 1989년 이재정 성공회 신부를 만나면서 2014년 겨울까지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그가 재직했던 성공회대 교수들은 10주기를 앞두고 세미나 연구서를 준비하다 학생들에게 쉬운 언어로 그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기로 하고, 2024년 2학기 대학원 공통 과목으로 ‘신영복함께읽기’를 개설했다. 이를테면 역사학자 한홍구는 신영복이 살았던 시대의 맥락에서 그의 삶을 이야기하고, 사회학자 김동춘은 신영복의 진보주의와 사회변혁에 관한 관점을 풀어낸다. 중국학자 백원담은 신영복이 좋아했던 루쉰과 그를 비교하는 강의를, 문학평론가 임규찬은 신영복의 서화에 담긴 미학을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입문 강의를 맡은 김창남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 유튜브 등에서 영향력 있는 ‘빅마우스’에 의존하는 ‘사유의 외주화’가 심화하고,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주장들이 힘을 얻는 오늘날 “성찰성의 확산, 성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금 다시 신영복을 읽는 이유”다.

방법론으로 신영복이 즐겨 쓰던 서화 ‘서삼독(書三讀)’을 제시한다. 단순히 횟수가 아니라 ‘책을 읽되 텍스트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책이 처한 역사적 맥락을 살피며 독자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번에 펴내는 책을 통해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려는 의도와도 닿아있다.

숲은 다양한 생명들의 공존과 연대의 공간이다. 신영복의 유명한 서화 작품인 ‘더불어숲’은 동양 사상에서 길어올린 ‘관계론’의 철학을 표현한 것이다.   돌베개 제공

숲은 다양한 생명들의 공존과 연대의 공간이다. 신영복의 유명한 서화 작품인 ‘더불어숲’은 동양 사상에서 길어올린 ‘관계론’의 철학을 표현한 것이다. 돌베개 제공



2016년 1월18일 서울 항동 성공회대에서 엄수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영정과 유해가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지윤 기자

2016년 1월18일 서울 항동 성공회대에서 엄수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영정과 유해가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이경아 돌베개 편집부장은 “최근 한 대학 국문과에 강의를 갔는데 20대 학생들이 신영복 선생에 대해 알지 못했고, 선생님 서화 작품인 ‘처음처럼’을 이야기하자 소주 브랜드로만 아는데서 많이 놀랐다”고 했다. 저자가 부재하다보니 10년의 세월이 지나며 그에 대한 기억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부장은 “돌베개가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작업한 <담론>의 앞부분에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관계론적 화두인 ‘더불어숲’과 같은 그의 사유들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다시 책을 읽을 독자를 찾아나서려고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리는 10주기 추도식에서 두 책의 출간으로 ‘신영복 다시 읽기’를 시작한다. 오는 2월까지 대전· 서울·진주 등에서 전시회와 북콘서트가 이어지며, 5월에는 <글을 쓰다가, 신영복>(가제)이라는 책이 하나 더 예정되어 있다. 강원국·김미옥·김하나·정지우 등 8명의 동시대 작가들이 저마다의 글쓰기와 신영복에 대한 생각을 엮은 책이다. 이 책으로 오는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나 ‘서삼독’의 취지를 이어갈 계획이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가 벽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보내옴으로써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창조적 독법을 기대합니다.”(신영복, <변방을 찾아서> 책머리)


<신영복 전집>과 <신영복 다시 읽기>

<신영복 전집>과 <신영복 다시 읽기>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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