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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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정의 구현은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외국인 선수 라건아의 세금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구 한국가스공사(구단주 최연혜)에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KBL은 13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31기 제8차 재정위원회를 열고 한국가스공사 구단에 '이사회 결의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KBL은 "앞으로 리그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구단이 혼란을 가중한 점 등도 심각하게 고려해 전반적으로 판단한 뒤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 구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15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징계는 라건아가 부산 KCC 소속이던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3억9800만원과 관련돼 있다. KBL은 2024년 5월 이사회에서 라건아의 귀화 선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기존 외국인 선수처럼 일반 계약을 하도록 했다. 외국인 선수의 해당 연도 소득세는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라건아는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하면서 세금을 직접 납부한 뒤 계약 당사자인 KCC가 부담해야 한다며 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KCC는 2024년 이사회 결정을 들어 납부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라건아 측은 선수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KBL이 이사회 결의로 선수-구단 간 계약 사항을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며 거듭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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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이 나섰다. 재정위원회를 열고 논의 끝에 제재금 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싸늘하다. KBL이 한국가스공사에 '3000만원짜리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A구단 관계자는 "정의 구현은 되지 않았다.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규정이 있다고 해도 다 같이 동의한 것은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재정위원회에서 잘 판단했겠지만,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B구단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가 단순히 규정을 무시한 것이 아니다. 프로농구의 명예훼손, 신뢰도 하락 등 문제가 크다"며 "세금으로 4억 가까이 내야하는데, 이번 제재금으로 3000만원만 내는 셈이 됐다. 더욱이 문제의 중심에 선 선수에 대해선 재정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구단 관계자는 "이 문제의 핵심은 한국가스공사가 이사회 결의를 이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벌금 3000만원으로 해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D구단 관계자는 "앞으로 누가 규정을 지킬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자유계약선수(FA) 영입한 뒤 보상금을 주지 않는 등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금 일부만 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물며 한국가스공사는 공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공익을 실현해야 할 구단이 규정도 무시한 채 사익에 급급하다"고 했다.
팬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팬들은 '한국가스공사는 이사회 협의 다 무시하고도 고작 벌금 3000만원', '4억 vs 3000만원이면 이득', '앞으로는 3000만원이면 다 해결할 수 있다'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그동안 KBL 재정위원회가 구단에 30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한 적은 세 차례있었다. 2002년 서장훈과 계약하며 '뒷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된 서울 SK에 제재금 6500만원을 물었다. 2003년 12월 '몰수 경기 사태' 여파로 안양 SBS에 제재금 1억원이 내려졌다가 3000만원으로 경감했다. 다만, 이후 이 3000만원도 전액 사면했다. 2009년 김승현과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진 대구 오리온스에는 3000만원을 부과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