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가이스트가 모듈러로 준공한 기숙사 ‘드림 포레스트’ 사진./사진제공=GS건설 |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레고 블록을 쌓듯 공장에서 제작한 방 단위의 유닛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Modular)’ 공법이 우리 삶의 터전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건설 현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탈현장 건설(OSC·Off-Site Construction)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고층 모듈러 기술을 무기로 차세대 주택 시장 정복에 나섰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1.6만호 공급과 ‘OSC 특별법’의 시너지
정부는 최근 주택 시장의 안정화와 1인 가구 주거 복지 확대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모듈러 공공주택 총 1만6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동안 모듈러 주택은 임시 숙소나 저층 주거지에 국한된다는 편견이 강했으나, 정부가 매년 2030년까지 3000호 규모의 공공 물량을 꾸준히 발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건설사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
단순히 물량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OSC 특별법’을 추진하며 제도적 기반 다지기에 돌입했다. 그동안 모듈러 공법은 기존의 건축법 체계와 충돌하며 인허가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번 특별법에는 설계·감리 기준의 명확화는 물론, 기존 시공 방식과 차별화된 합리적인 매입가격 산정 기준 마련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모듈러 주택의 초기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이가이스트 내세운 GS·13층 준공 성공한 현대엔지니어링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맞춰 모듈러 공법을 차분히 준비해온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우며 ‘고층 모듈러’라는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모듈러 전문 자회사로 설립한 ‘자이가이스트’를 선봉에 세웠다. 일찍이 폴란드의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단우드(Danwood)와 영국의 엘리먼츠(Elements)를 인수하며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이식받은 GS건설은, 목조부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까지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모듈러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단독주택 시장에서 쌓은 표준화 노하우를 공동주택으로 확장, 최근에는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도 적용 가능한 모듈러 설계 검증을 완료하며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고층 준공’이라는 실전 타이틀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13층)’을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1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화재 발생 시 3시간 이상을 버텨야 하는 내화 기준 등 까다로운 안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여 건에 달하는 특허와 건설신기술을 확보했다.
넘어야 할 문턱, 수익성 확보와 품질에 대한 불신 해소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듈러 산업이 완벽히 정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모의 경제’ 달성 여부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 설비에 대한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기존 습식 공법 대비 공사비가 약 20~30%가량 높게 책정돼 있어, 정부의 대량 발주 없이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박리다매’가 가능할 만큼 시장 파이가 커져야 민간 기업의 자발적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품질에 대한 실거주자의 심리적 저항감도 해결 과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방식의 특성상 내부 구조 변경이 어렵고, 부재 사이의 접합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수나 진동,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시공 현장에서 즉각적인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커다란 약점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듈러는 단순한 조립이 아니라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집약된 제조업의 영역”이라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공장에서 만든 집도 튼튼하고 정교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의 대전환, 주거 문화의 변화
여러 과제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모듈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령화에 따른 숙련공 부족, 붕괴 사고 등으로 촉발된 현장 안전 문제,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모듈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공기를 최대 50%까지 단축할 수 있고,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24시간 균일한 품질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은 건설사 입장에선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모듈러 주택의 성공 여부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과 기업의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OSC 특별법이 규제의 족쇄를 풀고 건설사들이 기술적 신뢰를 쌓아간다면,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는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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