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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지우는 고환율” 유가 대비 환율 5년만에 ‘최대’

헤럴드경제 김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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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지우는 고환율” 유가 대비 환율 5년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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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환율·유가 격차 23.6
환율 안 올랐다면 수입가 6.8%↓
중기·서민 물가 부담 가중 우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입물가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환율과 유가의 격차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11월 이후 5년 1개월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고환율이 유가 하락분을 상쇄하며 수입물가 안정을 가로막는 ‘주범’이 된 셈이다.

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7월 배럴당 70.87달러에서 12월 62.05달러까지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375.2원에서 1467.4원으로 급등했다. 지난달 환율 상승분을 배제하면 원화 환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만1100원에서 8만5300원으로 약 5800원(6.8%) 떨어진다.

앞으로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서민 물가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과 한국석유공사·서울외국환중개 등에 따르면 지난 12월 평균 원/달러 환율과 두바이유 가격의 격차(환율을 두바이유 가격으로 나눈 값)는 23.6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1월(25.7) 이후 5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원유 가격 대비 환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유가에 비해 환율 부담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지수는 2022년 3월(11.0) 저점을 찍은 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 9월부터는 넉 달 연속 오르고 있다.

최근 환율과 유가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유가가 떨어지는 동시에 환율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이 7월 대비 12월 12.4% 하락하는 동안 평균 환율은 6.7% 상승했다.


이런 상황은 수입물가 추이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한은이 발표한 12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7% 올랐는데, 환율 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계약통화 기준 지수는 순수 국제 시세 변동을, 원화 기준 지수는 환율 변동분을 포함한 것”이라며 “두 지수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최근 물가 상승이 환율 급등에서 비롯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현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2020년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 당시에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폭락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환율은 1116.76원으로 낮은 수준이었는데도 두바이 원유 가격은 더 낮은 43.4달러였다. 원화 환산 두바이유 가격은 당시 약 4만8000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두 배 가까이 비싸졌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화학업계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내수 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여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수입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경우 체감 물가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물가 상승은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며 “다만 기업들의 가격 책정 전략과 경기 상황에 따른 불확실한 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상태다.

환율은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 등으로 일시 하락했지만, 달러 수급 불균형과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 일본 재정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연초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지난달 30일부터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3일에는 전날 주간 종가보다 0.1원 오른 1468.5원에 개장한 뒤 1470원선에 올라서면서 1473.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고, 야간 거래 종가는 이보다도 5.10원 오른 1478.8였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3.5원 오른 1477.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