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단일 과반 노동조합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노조 가입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13일 기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가입자 수는 5만5268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주 만에 4415명(8.7%) 늘었다. 이 같은 증가 속도가 이어질 경우 이르면 이달, 늦어도 2월 중에는 단일 노조 기준 과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기업노조 측은 노조 가입이 가능한 인원을 감안할 때 과반 기준을 약 6만25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기준은 향후 검증 절차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12만9524명으로, 일부에서는 과반 노조 성립을 위해 6만4500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제기한다.
단일 과반 노조가 되면 법적으로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단체교섭권과 근로조건 결정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2018년 노조 설립 이후 복수 노조 체제가 이어졌고, 단일 과반 노조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
노조 가입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게 꼽힌다. 특히 실적 개선을 이끈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불만이 집중되며 가입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체 초기업노조 가입자의 약 80%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약 16조원이 DS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삼성전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을 적용해 성과급을 산정하고 있는데, 영업이익이 커도 자본비용이 많으면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SK하이닉스과 성과급 구조를 비교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9월 노사합의로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전환하고 상한선이던 기본급의 1000%를 폐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72조 5000억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는 산술적으로 7조 2500억원 규모다. 성과급은 인당 최소 1억원 이상에서 2억 5000만원까지도 기대된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출신의 SK하이닉스로의 이직이 많아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급여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도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종합전자기업이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중심 기업이라는 차이는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부가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부서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 쉽지 않다. 소액주주가 500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재원도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매 분기 300~400원의 분기 배당을 하고 있으며, 매 분기 배당액은 2조 45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2027년까지 주당 분기별 375원을 배당해 연간 1500원을 고정 배당한다.
남윤정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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