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까지
정치 논리로 흔드는 짓
재생 에너지는 불안정
공장을 옮길 게 아니라
LNG 발전소 확충해야
국가의 미래 먹거리까지
정치 논리로 흔드는 짓
재생 에너지는 불안정
공장을 옮길 게 아니라
LNG 발전소 확충해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제공 |
지난 11월, 용인시장과 화성시장이 두 도시 간 ‘연계교통 상생발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동탄 신도시를 잇는 약 3㎞ ‘남사터널’을 포함한 교통망 확충 결의다. 지도를 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은 대규모 주거 지역 없이 야산마다 자리 잡은 골프장이 눈에 띈다. 따라서 바로 서쪽의 동탄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인한 주거 수요를 상당히 흡수할 전망이었다.
그런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존재 자체가 최근 흔들렸다. 공동 선언문 발표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12월 10일에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당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경기도 용인에 유치하고자 노력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12월 26일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금이라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기가 많은 남쪽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는 발언을 해서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재차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를 언급했고, 산업통상부와 청와대가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대통령이 지역 발전을 챙기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재생에너지 활용을 고민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힘 좋은 집권 2년 차에 지지율도 높으니 던져볼 만한 이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가적 먹거리를 맹수들 앞에 던진 형국이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해관계가 얽힌 지자체의 장들이 대부분 여당 소속이다. 용인시장만 야당이고, 공세에 나선 호남은 텃밭, 수세 중인 경기도지사와 화성시장 모두 여당이다. 이는 정부가 결정하기에 달렸다는 뜻이고,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도 자신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하지만 정치를 떠나서 ‘AI 3대 강국’이 되겠다는 국가 비전이 진심인가 묻게 된다. 지난 11월 초 울산이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특구)’에서 탈락할 때도 같은 의문이 들었다. 작년 여름 세계적인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SK와 함께 울산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시작한 배경에는 울산이 분산 에너지 특구에 선정될 기대가 있었다. 분산 에너지 특구가 되면 기업이 인근 발전소 전기를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해 전기 요금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는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 입지에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AI 국가 비전의 진심을 희석시키는 것은 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눈치 살피기다. 울산이 분산 에너지 특구에서 탈락한 것은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쓸 계획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울산이 12월 말에 추가로 지정될 때에는 재생 에너지와 그린 수소 기반 전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해서 가능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도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호남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AI 생태계를 키워야겠는데 재생 에너지로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안타깝지만 현 시점에서 그런 바람은 환상에 가깝다.
산업에 필요한 모든 전력은 안정적인 공급이 핵심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변동성이다. 발전량이 많을 때는 송배전망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할 때도 있다. 발전량이 갑자기 늘거나 줄면 송배전망의 안정성을 해쳐 블랙아웃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량이 많기만 하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전량이 많을 때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송출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2차 전지를 쌓아둬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결과적으로 전력이 비싸지고 친환경성도 떨어진다.
재생 에너지를 확대해 나갈 현실적인 보완책은 LNG 발전이다. LNG 발전은 기민하게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다. 석탄 발전에 비해 탄소 배출도 적다. 석탄 발전보다 비싸지만 재생 에너지에 대한 경제성 있는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만한 대안이 없다. 한국 조선업이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 증가로 부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탄소 배출 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면서 LNG 수요가 늘었고, 이를 운반할 선박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애초에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로 선택된 것은 ‘사람’ 때문이었다. 사람을 버리고 재생에너지가 많은 곳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길 것이 아니라, 반도체 클러스터에 LNG 발전소를 확충하는 게 맞다. AI 국가 비전만큼 많은 국민이 동의할 만한 국정 방향이 있을까. 할 것이라면 진정성 있게 진짜로 하자.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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