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 연합뉴스 |
이동국 용인FC 테크니컬디렉터(가운데). 사진제공=용인FC |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국내 축구계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급 '취업시장 호황'에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40~60대 지도자를 필두로 20~30대 선수들까지, '취업의 문'이 어느 해보다 활짝 열려있다.
최근에 만난 한 지도자는 "이런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새 축구인을 찾는 손길이 많아졌다. 예전엔 경쟁에서 밀리면 몇 년씩 쉬는 케이스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장 쉬어도 곧 어디론가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축구하기에 참 좋은 세상"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국내 고용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지난달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는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쉬었음', 취업 준비중이거나 그냥 쉬는 일자리 밖 2030세대가 약 160만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쉬었음'은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번 겨울 K리그의 '쉬었음' 인구는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분위기다. 자의로 축구화를 벗는 케이스가 아니고선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이 과거처럼 '하늘의 별따기'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축구인들은 입을 모은다. 한 에이전트는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프로 레벨이 아니라고 평가받던 선수들이 올해 K리그 팀에 입단한 걸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는 K리그 팀 수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2026시즌 K리그1(1부) 12개팀(전북, 대전, 김천, 포항, 강원, 서울, 광주, 안양, 울산, 제주, 인천, 부천), K리그2(2부) 17개팀(대구, 수원FC, 수원 삼성, 이랜드, 성남, 전남, 김포, 부산, 충남아산, 화성, 경남, 충북청주, 천안, 안산, 김해, 용인, 파주)을 합쳐 역대 가장 많은 총 29개팀이 참가한다. 승강제 원년인 2013년 22개팀에서 출발해 지난해 26개팀으로 늘더니, 올해는 29개팀 체제로 바뀐다. 올해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파주 프런티어, 김해FC, 용인FC의 가세는 '취업 붐'을 가속화 시켰다. 2025년 여름 K리그 등록 선수는 역대 최다인 990명, 팀당 평균 보유 선수는 약 38명이었다. 29개팀으로, 산술적으로 환산하면 약 1100명이 등록할 전망이다. 감독의 의중에 따라 30명 남짓 스몰 스쿼드를 구성하는 팀도 있지만, 올해 사상 최초 등록 선수 1000명 돌파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승강제를 시작한 시점에 800명을 밑돌던 선수의 취업률은 13년 동안 팀 수의 증가와 함께 25%가량 점프했다.
모따. 사진제공=전북 현대 |
선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각 구단은 비전, 스쿼드 퀄리티, 감독 성향, 지리적 위치, 연봉 책정 수준 등이 다르다. 1990년대에 A구단 아니면 B구단 중 택일을 해야 했다면, 지금은 조금만 눈을 낮추면 C, D, E, F에 입단해 뛸 수 있다. 신생팀 용인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를 백분 활용, 임채민 김민우 신진호 최영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베테랑을 대거 품에 안았다. 팀 수의 증가는 K리그 입성의 기회를 놓쳤던 '미생'들을 프로 무대로 끌어올리는 기회가 된다. 하부리그를 거쳐 어렵사리 프로에 올라와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한 제2의 박진섭(저장FC),박승욱(시미즈)의 등장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프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프로에 합류하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낮아지고, 팀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K리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양'이 늘어나면 '질'이 떨어지는 건 세상의 이치다. 현장에서 '국내 선수가 늘어나도 결국엔 용병(외국인 선수)을 잘 쓰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질적 향상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팀 수가 늘어난 데다 2026년부터 K리그 전 구단에 테크니컬 디렉터(TD)의 보유가 의무화되면서 지도자 취업시장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기존 스카우트 혹은 전력강화실 인원을 TD로 승격하는 구단이 있지만, 권오규(부천) 임완섭(안양) 등 타구단 감독을 지낸 지도자를 데려오는 케이스도 늘어났다. 일부 팀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맞춰 분석코치, 전술코치, 사이언티스트, 데이터전문가 등을 선임해 전력 강화를 노린다. 20~30대 실력파 분석관이 K리그에 자리잡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한 축구인은 "TD란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단의 게임모델을 수립하고 성장을 가져와야 하는 직책이다. '축구인 자리 만들기' '감독이 되기 위한 이전 스텝'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TD의 전문성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