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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이전론’이 아니라 ‘전력부족’이야!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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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이전론’이 아니라 ‘전력부족’이야!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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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전경. 지난해 초 착공한 1기 팹(공장)은 2027년 준공 예정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제공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전경. 지난해 초 착공한 1기 팹(공장)은 2027년 준공 예정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제공


곽정수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청와대가 8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전론으로 야기된) 소모적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보도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바보’가 아닐 수 없다. 용인 산단을 둘러싼 논란이 왜 시작됐는지 근원을 살펴보면 이유는 자명해진다. 산단 문제의 핵심은 ‘이전론’이 아니라, ‘전력 부족’이다.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면, 이전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역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2차적이다. 그러나 전력공급이 끝내 불가능하다면, 용인에 계속 공장을 짓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전기가 없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다. 이전론을 막는다고, 전력 부족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착각해선 안 된다.



이전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책임지고 전력을 공급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전력 같은 인프라를 확보할 1차 책임은 산단을 지정·승인한 정부에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전력공급이 어렵다고 사실상 손을 들어버린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민관 합동회의에서 “산단에 필요한 전기가 원전 10기 이상(이 생산하는) 규모이고, 송전망 구축이 쉽지 않다는데”라고 털어놨다. 그 직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력이 풍부한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받았다. 기후부가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부의 무책임을 탓할 수 있다. 윤석열·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전력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산단을 지정·승인한 원죄가 크다. 하지만 전력공급 환경의 급변이 그 배경에 있다. 과거 전력은 공장 설립의 변수가 아니었다. 정부가 지시하고, 한국전력이 이행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지시해도, 한전이 이행을 못 한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의 주민이 결사반대하면 방법이 없다. 초유의 일이다.



이전 반대론자들은 삼성의 토지보상이 20% 진행됐고, 토지주택공사와의 부지 분양계약도 체결됐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도 한다. 모두 맞는 얘기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을 짓고도 못 돌리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과장이 아니다. 지금도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 3곳이 제대로 가동을 못 한다.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탑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매년 수천억원씩 적자가 난다. 반도체는 그 손실이 수조원,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경제가 어떻게 될까? 재앙이다. 제2, 제3의 밀양 사태를 불사하며 밀어붙이면 전력공급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전력 부족 문제 공론화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모두가 귀를 막고 있었을 뿐이다. 산단을 지정·승인한 정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사자인 삼성과 에스케이(SK)는 왜 침묵했을까?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이함도 있었을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 경영자 중에서 첫 공장이 준공되는 2030년까지 남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자기가 책임질 일이 아닌데 적극 나설 사람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제 공은 기업에 넘어갔다. 이 대통령도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생태계 활용과 국내외 인재 유치에 수도권이 유리하다는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최근 들어 기업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다행이다. 다각적인 가능성과 대안 검토에 분주하다. 전력을 확보한 4개 공장만 짓고, 나머지 6개는 새로운 장소에 재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터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남 이전론’이 쏟아진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다. 전북 출신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것은 새만금으로 이전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전남에서도 과거 정부의 ‘호남 홀대’를 이유로 이번에는 자기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발전을 위한 충정은 이해하지만, 용인 산단의 근본 문제를 흐리고, 정쟁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크다. 벌써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국가 미래가 달린 반도체산업을 선거를 노리고 흔든다”며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지금 지역에서 할 일은 전기, 용수, 부지, 세제 혜택, 정주 여건 등을 제대로 갖춰 반도체 기업과 직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를 이념·진영·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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