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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치솟은 환율, 결국 경제 신뢰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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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치솟은 환율, 결국 경제 신뢰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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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선을 넘나들며 다시 상승세다. 지난해 말 외환 당국이 고강도 구두 개입과 실개입에 나선 지 보름 남짓 만이다. 당시 환율이 한때 1480원대까지 치솟자 당국은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고,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까지 더해지며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환율은 결국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연초부터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강경 발언 등 지정학적 불안이 달러 강세를 부추긴 측면은 있다. 달러인덱스가 오르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지금의 원화 약세는 이런 통상적 기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과 개인투자자, 해외 투자자들까지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미국 주식을 포함한 달러 자산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19억4200만달러(약 2조83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국내로 복귀하는 서학개미를 겨냥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카드까지 꺼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정부 개입으로 원화 가치가 잠시 반등하자 오히려 미국 주식을 더 살 기회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이런 모습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흐름과도 대비된다. 통상 국내 증시 강세장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원화 자산 선호도 높아진다. 그러나 지금은 증시 호황에도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수요가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 달러 자산이 안전성과 수익성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환율은 현재이자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경제 심리를 반영한다. 지금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 체질이 약화하고 있고,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시장의 평가다. 반도체에 기댄 수출 구조, 고착화된 저성장, 급증한 재정 부담에도 구조 개혁의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정치 일정에 밀리고, 산업 경쟁력 강화는 더디다. 미국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빅테크 중심의 혁신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수익률이 서학개미보다 높았음에도 미국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외환 당국 개입은 과도한 쏠림과 패닉을 막는 방파제로서 필요하다. 그러나 개입이 반복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인위적으로 누르는데는 한계가 있다. 벌써 환율이 1500, 16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완화와 구조 개혁, 재정에 대한 책임있는 청사진 없이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