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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장동 수천억 환수 가능”이라더니 넘긴 건 깡통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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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장동 수천억 환수 가능”이라더니 넘긴 건 깡통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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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가 가압류한 대장동 일당의 금융 계좌에 4억원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피해자인 성남시는 이들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성남시는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검찰이 제공한 법원 추징보전 결정문을 근거로 총 5579억원 상당의 자금이 있던 법인 금융 계좌 등 피고인 재산 14건에 대해 법원의 가압류·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해당 금융회사에 조회한 결과 김만배 명의 계좌에 186만원 등 남은 돈이 4억7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성남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이 사태엔 검찰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검찰은 이미 2022년 9월에 대장동 일당이 고급 주택, 서울 강남 빌딩 등을 사들여 이들의 계좌에는 전체 부당이익의 3.9%인 173억원 가량만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의 흐름도 일부 파악해 법인 명의 재산, 주범 김만배씨와 가족 명의 부동산, 수표 등 2070억원 규모의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 보전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나머지 돈이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을 기소하면서 밝힌 부당 이익은 7524억원이다. 아직도 엄청난 돈이 어딘가에 감춰져 있다는 뜻이다. 성남시가 이 돈을 환수하려면 계좌에서 반출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수사 자료,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검찰은 말은 성남시의 민사 소송을 돕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사건 초기에 이미 바닥난 ‘깡통 계좌’ 자료만 넘겨줬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선 주범들에게 중형이 선고됐지만 부당 이득 추징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검찰은 당연히 항소심에서 다퉜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의 항소 포기로 형사 재판에서 부당이익을 환수할 길이 막혔다. 정부는 항소 포기를 주도한 검사를 영전시키고 항소 포기에 반발한 다수 검사를 좌천시켰다. 비판이 확산되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가 가능하다”며 “성남시의 민사소송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 후에 성남시가 넘겨 받은 것이 이 깡통 계좌다.

정부와 검찰이 대장동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성남시의 민사소송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대장동 일당에게 이익을 보장해줘서 그들의 입을 막으려는 것인가. 아니라면 정부도 나서 부당 이득 전액 환수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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