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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요리 ‘같이’, 침실은 ‘따로’…새로운 한집살이 ‘코리빙 하우스’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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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요리 ‘같이’, 침실은 ‘따로’…새로운 한집살이 ‘코리빙 하우스’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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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에피소드 신촌캠퍼스’ 라운지. 에스케이(SK)디앤디 제공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 신촌캠퍼스’ 라운지. 에스케이(SK)디앤디 제공


1인 가구 1천만 시대에 돌입하면서 공유 주거 형태인 ‘코리빙’(Co-Living) 하우스가 젊은 층의 새로운 주거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코리빙은 여러 사람이 한 건물에 거주하되 침실 등 개인 공간은 ‘따로’ 쓰고, 부엌·거실 등 공용 공간은 ‘함께’ 공유하는 주거 모델이다. 한 집에 모여 살며 부엌·거실 정도만 공유하는 하숙과 달리, 코리빙은 한 건물 안에 공용거실과 주방은 물론 취미와 업무 등 다양한 공유 공간까지 마련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해 나간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 건물을 관리한다는 점도 코리빙의 특징이다.



지난 7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 신촌캠퍼스’는 지난해 8월 정식 개관한 신생 코리빙하우스다. 입주민만 드나들 수 있는 보안 현관을 두 번 거쳐 들어간 2층의 널찍한 라운지에는 편안한 차림새의 청년들 십수 명이 저마다 노트북이나 책을 펴고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외국인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라운지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에도 청년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 공간은 코리빙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공용 공간 중 하나다. 입주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리를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다.



에스케이(SK)디앤디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의 여덟 번째 지점인 이곳은 겉으로는 대형 오피스텔처럼 보이지만 지상 18층짜리 건물 곳곳에 다양한 공용 공간이 배치된 ‘코리빙 하우스’다. 공유 거실, 공유주방, 음악·영화 감상 공간, 미니 도서관, 회의실, 피트니스룸 등은 기본이고,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할 수 있는 응접실도 따로 있다. 혼자 사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는 꿈꿀 수 없는 공간들이다. 에스케이디앤디 관계자는 “공용 공간을 층마다 배치해 입주민들이 자신의 방뿐 아니라 건물 전체를 내 집처럼 쓸 수 있도록 공간 확장을 꾀했다”고 말했다.




대체로 코리빙의 개인 전용 공간은 5∼9평 규모의 원룸 형태로 일반 오피스텔과 견주면 약간 좁다. 하지만 코리빙에서 제공되는 공용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집’의 반경은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래서 코리빙의 퀄리티는 공용 공간에서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공용 주방과 거실을 넘어, 입주민들 특성에 따라 제공되는 공용 공간의 종류도 다양하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리베토코리아’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커먼타운 트리하우스 역삼’의 경우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입주자를 위해 펫 공원, 펫 전용 목욕시설과 드라이룸 등 맞춤형 공용 시설도 제공하고 있다.



코리빙을 찾는 입주민의 대다수는 20·30대 청년이다. 이날 방문한 에피소드 신촌캠퍼스의 경우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의 입지와 연세대, 서강대 등 인근 대학과의 접근성 때문에 특히 20대 입주민이 93%나 된다. 다른 대학가 코리빙도 20·30대가 입주민의 80∼90%를 차지한다. 한편 코리빙의 입지에 따라 중장년 입주민 비중이 늘어나기도 한다. 서울 강남이나 서초 등 업무 중심지구에 있는 코리빙은 50·60대 입주민도 33%로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입주민 사이의 ‘네트워킹’도 코리빙의 중요한 특징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공용 시설에서 함께 요가 수업을 받거나,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와인 모임·쿠킹 클래스 등을 여는 등 비슷한 취미와 취향을 가진 입주자들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는 것이다. 코리빙 업체 차원에서 모임을 주선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 통해 자생적인 네트워크가 생겨나기도 한다.



보다 전문적인 네트워킹으로 차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리빙하우스 ‘논스’의 경우는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코리빙이다. 비슷한 또래의 창업자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이 이뤄지다 보니 ‘창업가 인큐베이팅 커뮤니티’로도 불린다. 또 다른 코리빙 업체 ‘로컬스티치’는 창작자들을 위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 신촌캠퍼스’ 개인 방. 에스케이(SK)디앤디 제공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 신촌캠퍼스’ 개인 방. 에스케이(SK)디앤디 제공


단점은 가격이다. 코리빙 월 임대료는 통상 100만원 안팎으로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견주면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보증금은 500만원 정도로 적고, 짧게는 한 달 단위부터 최대 1년까지 계약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리빙 입주를 고려하고 있는 대학생 이아무개(26)씨는 “원룸은 10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모든 걸 해결해야 하지만, 코리빙은 내 집처럼 쓸 수 있는 다양한 공유 공간이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며 “최근에는 원룸 월세도 많이 올라서 조금 더 보태서 코리빙에 가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리빙 시장의 성장 속도는 1인 가구의 증가 속도 만큼이나 빠르다. 부동산 전문 기업 알스퀘어가 지난해 2월 공개한 ‘2025 서울시 코리빙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코리빙 세대는 7371가구에 이른다. 이는 케이티(KT)에스테이트가 ‘리마크빌 동대문’을 시작으로 국내 코리빙 시장의 문을 열었던 2016년과 견줘 9년 만에 4.7배 늘어난 수치다. 건축법상으로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근린생활시설(고시원) 등으로 운영되는데 경우에 따라 전입신고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국내외 대기업들도 코리빙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케이티에스테이트, 에스케이디앤디의 자회사 디디피에스(DDPS), 신영그룹의 에스엘피(SLP), 코오롱글로벌 등 국내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해왔고, 글로벌 코리빙 기업인 위브리빙도 2024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엠지알브이(MGRV) 등 중견기업의 성장도 상당하다. ‘맹그로브’를 운영 중인 엠지알브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쳐 급성장을 이루며 한국의 대표적인 코리빙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2024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배 수준으로 성장하며 흑자전환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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