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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비중 세계 최하위 한은의 ‘골든 딜레마’…보유량 순위 또 하락

조선일보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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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비중 세계 최하위 한은의 ‘골든 딜레마’…보유량 순위 또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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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 3%에 그쳐
보유량 순위는 38→41위
금값은 1년새 66% 급등
영국 런던의 한 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괴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한 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괴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금값이 계속 상승하며 ‘금의 재평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2일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의 ‘1월 중앙은행 금 보유’ 통계에 따르면 한국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율은 3%로 위원회가 집계한 100국 중 98위였다. 한국보다 금 비율이 낮은 곳은 남미 콜롬비아 및 중국과 금융 시스템이 밀접하게 연결된 홍콩뿐이었다. 한국 외환보유액 중 금 비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주요국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 /세계금위원회

주요국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 /세계금위원회


글로벌 금값은 12일 온스당 4573달러로 지난해 1월 약 2750달러에 비해 66% 상승했다. 실물 금뿐 아니라 ETF(상장지수펀드)와 금 스테이블코인 등 금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상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어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금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지금이라도 금 매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 가격의 큰 변동성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에 많이 담기는 위험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금 보유 비율 세계 최하위 한국

러시아·중국·이란 등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지난 10여 년에 걸쳐 강화되면서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의 비율을 줄이고 이를 금으로 대체하는 중앙은행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의 국가별 국채 보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세계 중앙은행은 미 국채를 총 6290억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 규모는 6847억달러로 미 국채를 뛰어넘는다. 캠벨 하비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본지에 “달러의 쇠락을 우려하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고 그 대안으로 금을 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면서 금값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반면 한은의 외환보유액에 담긴 금 규모는 13년째 제자리다. 2013년 2월 20t을 마지막으로 금을 산 후 104t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금 보유를 늘리는 반면 한은은 금 매입을 멈추면서 한은이 보유한 금의 절대량 순위 또한 1월 기준 41위로, 지난해 38위에 비해 세 계단 추가로 내려갔다. 한국 외환보유액 규모가 세계 9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순위다. 중국과 일본의 금 보유량은 2305t, 846t에 달한다. 대만(424t) 등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은의 금 보유량은 적은 편이다.

◇“유용성 떨어져” vs “전략적 매입을”

한은은 금의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크고 국채와 달리 정기적인 이자가 지급되는 자산도 아니기 때문에 보유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외환보유액은 그 가치가 안전하게 유지되고 상시 현금화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금은 유동성이 높지 않고 이자·배당과 같은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 이 총재는 당시 "단기적으로 추가로 금을 매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 이 총재는 당시 "단기적으로 추가로 금을 매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뉴스1


최근 중앙은행의 금 보유분 증가액 중 대부분이 중국·러시아 등 미국의 제재 대상국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도 보고서에 언급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나와 “최근 3년간 금값이 오르며 한은이 매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줄어 적극적으로 금을 매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금의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이 올라간 가운데 금값이 하락할 경우 정부와 정치권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은엔 부담이다. 실제로 한은이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에 걸쳐 금을 매입한 직후 금값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국감에선 김 전 총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었다.

주요국 중앙은행 금 보유량. /세계금위원회

주요국 중앙은행 금 보유량. /세계금위원회


전문가 사이에선 그럼에도 ETF·코인 거래 확대 등을 통해 금 수요가 더 늘 경우를 대비해 한은도 지나치게 낮은 금 비중을 다소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한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미국 주도 탈세계화·탈달러 움직임과 맞물려 금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일종의 통화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통화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금값 추이를 보아가며 금 보유량을 전략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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