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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혁신 기업이 개척한 시장, 제도화 단계서 강탈 당해”

조선일보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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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혁신 기업이 개척한 시장, 제도화 단계서 강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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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CEO, STO 장외거래소 관련 입장 표명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360'에서 열린 'STO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입장'을 알리는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gogo213@yna.co.kr/2026-01-12 11:00:44/<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루센트블록 CEO, STO 장외거래소 관련 입장 표명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360'에서 열린 'STO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입장'을 알리는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gogo213@yna.co.kr/2026-01-12 11:00:44/<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와 관련 법만 믿고 수년간 조각 투자(STO) 시장을 개척해온 스타트업이 창업 8년 만에 존폐 위기에 처했다.

조각 투자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조각 투자 장외 거래소 금융 투자업 예비 인가 신청 안건 의결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루센트블록과 한국거래소(KRX), 한국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트레이드(NXT) 3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조각 투자 장외 거래소 금융투자업 예비 인가 신청을 했다. 이에 증선위는 지난 7일 KRX와 NXT에만 예비 인가를 주는 게 맞겠다는 의견을 붙여 안건을 금융위에 올렸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조각 투자 자체가 대한민국에 없던 시절 회사를 만들어 50만명의 이용자와 약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발행·유통해 왔다”면서 “그러나 증선위 결정으로 회사가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자금·조직력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만 가지고 수년간 노력한 끝에 관련 시장을 개척해놨는데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기득권 금융회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밟고 무임승차한다는 주장이다.

◇조각 투자 개척한 스타트업, 예비 인가 탈락 위기

조각 투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 자산(부동산 등), 금융 자산(주식·채권 등)의 권리를 작은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8년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가 만들어지자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회사를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별법은 혁신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루센트블록은 창업 이후 각종 승인을 받고 플랫폼을 준비하는 데 3년을 투자했고 2021년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시장성이 입증되자 금융위는 조각 투자 제도화를 추진했고, KRX·NXT·루센트블록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10월 예비 인가를 신청했다.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기존 증권거래소와 같은 장외거래소 사업자를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루센트블록이 제출한 예비 인가 신청에 대해서는 적격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애초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이번 인가가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되어 온 시범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면서 “그럼에도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운영해온 루센트블록이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법을 믿고 혁신에 도전한 창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 투자 분야에서 실질적인 운영 실적이 한 건도 없는 KRX·NXT가 사업자 인가를 받고 4년간 사건·사고 없이 사업을 운영해온 스타트업은 탈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밥그릇 가로채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허 대표는 KRX·NXT가 4년간 해당 플랫폼을 운영해온 루센트블록보다 ‘사업 계획, 기술력 및 안전성’ 항목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간 축적된 실증 데이터보다 대형 기관이 제출한 서류상의 계획과 기관의 간판을 더 높이 평가했다는 방증”이라며 “심사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XT와 KRX 대표는 모두 금융위 출신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수많은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매매를 체결하는 장외거래소 특성상 KRX나 NXT와 같은 대형 인프라를 갖춘 기관이 인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NXT, 루센트블록의 기술 탈취 논란도 불거져

허 대표는 NXT의 기술 탈취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NXT는 인가 신청을 하기 전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접근해 비밀 유지 각서(NDA)를 체결한 뒤 루센트블록의 재무 정보, 주주 명부, 사업 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 극히 민감한 내부 정보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후 투자나 컨소시엄 참여없이 불과 2~3주 만에 동일 사업 영역에서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NXT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상도의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학수 NXT 대표는 기술 탈취 문제가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허 대표에게 전화해 “굉장히 열받았다”면서 관련 내용을 외부(언론·정치권 등)에 알리지 말라고 입막음 시도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예비인가를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허 대표는 “금융위에서 증선위 의견과 다르게 의결이 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인가를 받지 못하면 루센트블록은 사실상 폐업하게 된다. 허 대표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원칙에 맞게 평가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12일 공정위에 사업 활동 방해 등과 관련해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고, 13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도 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사안은 한 기업의 탈락 문제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운영하던 사업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퇴출당하고 그 자리를 기득권이 차지하는 문제”라며 “혁신 기업이 리스크를 감내하고 개척한 시장이 제도화 단계에서 충분한 보호 없이 다른 주체로 이전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이는 앞으로 창업과 혁신에 대한 도전 의지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증선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재주는 스타트업이 부리고 열매는 기득권이 모두 따 먹겠다는 것이냐”라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혁신 사업에 도전하겠느냐”라고 말했고,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증선위 결정은 벤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면서 “금융위가 이번 조각 투자 사업 예비 인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스타트업 업계 전체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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