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AI신약개발 국내 최초 빅파마와 계약 체결한 갤럭스…베링거가 선택한 이유

이데일리 송영두
원문보기

AI신약개발 국내 최초 빅파마와 계약 체결한 갤럭스…베링거가 선택한 이유

서울맑음 / -3.9 °
이 기사는 2025년12월28일 08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나왔다. 주인공은 AI 단백질 설계 기업 갤럭스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은 그동안 기술력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실질적인 계약 사례도 드물었던 만큼 갤럭스의 이번 계약은 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석차옥 갤럭스 대표.(사진=갤럭스)

석차옥 갤럭스 대표.(사진=갤럭스)




베링거가 먼저 러브콜…“드노보 항체 설계 기술 주목”

갤럭스는 지난 18일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을 활용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의 핵심으로 갤럭스가 독자 개발한 단백질 설계 플랫폼 ‘갤럭스디자인’ 기술 검증이 꼽힌다.

갤럭스는 AI를 활용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초기 설계 단계부터 구현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존 방식으로는 확보가 어려웠던 단백질을 AI가 요구 기능을 반영해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이기도 하다.

갤럭스디자인은 AI와 물리 기반 설계를 결합해 기존 항체 정보 없이도 드노보(de novo) 항체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AI 신약개발 업계가 확보하지 못했던 기술 영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갤럭스와 계약을 체결한 배경 역시 이 같은 기술적 잠재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계약은 단순한 연구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술 검증 리스크(de-risking)가 본격적으로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서도 초기 기술 검증 기준이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다. 공동 연구 계약은 곧 갤럭스의기술이 최소한 ‘검증을 진행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통과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은 갤럭스가 올해 3월 발표한 드노보 항체 설계 연구 결과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스는 당시 정식 학술지 게재 전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사전출판 플랫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를 통해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바이오아카이브는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연구를 공개하는 플랫폼이지만 최신 연구 동향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창구로 통한다.

갤럭스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이 3월 발표한 드노보 항체 설계 연구 결과를 보고 먼저 미팅을 제안했다”며 “이후 온라인 미팅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했고 공동 연구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베링거는 갤럭스의 단백질 설계 기술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된 연구의 핵심으로 기존 항체 서열이나 표적 단백질 구조 정보 없이도 계산적 설계를 통해 정밀하고 특이적인 항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연구진은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100개의 라이트 체인(light chain)과 1만 개의 헤비 체인(heavy chain) 서열을 조합해 약 100만 개 규모의 scFv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이를 실험적으로 스크리닝해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 후보를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항체 후보들은 결합 친화도와 특이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일부 항체는 매우 유사한 단백질 아형이나 돌연변이 단백질을 명확히 구별하는 높은 특이성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5개 표적에 대해서는 IgG 포맷으로 항체를 제작해 추가 평가를 진행했고, 그중 일부는 실제 개발 가능성이 있는 수준의 물성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항체 신약 개발의 오랜 병목으로 꼽혀온 ‘히트(hit) 발굴’ 단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갤럭스 관계자는 “베링거는 갤럭스의 단백질 설계 기술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목적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3월 발표한 연구 결과는 당시 공개된 다른 기업들의 결과와 비교해 타깃 수, 결합력 등에서 최상위 수준의 성과를 보였던 점이 협업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엔 없는 기술…또 다른 빅파마와도 협상 중

AI 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꼽힌다. 갤럭스처럼 신약 개발 초기 단계를 타깃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 시간과 비용 절감뿐 아니라 비임상·임상 단계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AI신약개발업계에서는 초기 단계 효율화보다 임상 실패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런 측면에서 갤럭스 AI 단백질 설계 기술은 혁신적으로 평가받는다. AI신약개발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갤럭스디자인과 유사한 수준의 단백질 설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알려진 바 없다.

갤럭스 관계자는 “AI가 물리·화학 원리를 이해하도록 학습시켜, 처음부터 정밀한 단백질 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갤럭스디자인의 핵심”이라며 “국내에는 아직 이와 같은 단백질 설계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 비교해도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갤럭스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모델 아키텍처나 접근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밀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결합 수준, 성공률, 성공 타깃 수 측면에서 갤럭스디자인은 최상위권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갤럭스는 서울대 화학부 연구실에서 출발해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다. 회사를 이끄는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단백질 구조 및 상호작용 예측 분야의 글로벌 석학으로 꼽힌다. 그의 연구는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등 세계적 권위 학술지에 다수 게재됐으며 수천 회 이상의 피인용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의 국제 대회(CASP)에서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학문적 기반을 다져왔다.

갤럭스는 내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협업 확대와 함께 또 다른 글로벌 빅파마와의 추가 계약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갤럭스 관계자는 “갤럭스디자인 강점은 특정 모달리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단백질 기반 치료제라면 모두 설계가 가능해 베링거와 추가 확장 협업이나 규모가 더 큰 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여러 빅파마와 공동개발을 전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보다 다양한 협업 사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