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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흉기 든 침입자 제압한 나나… ‘살인미수’ 역고소에 정당방위 논란

조선비즈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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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흉기 든 침입자 제압한 나나… ‘살인미수’ 역고소에 정당방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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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쿨 출신 나나 /뉴스1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 /뉴스1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34·본명 임진아)와 그의 모친을 흉기로 위협하고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 A(38)씨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는 20일 열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옥희 부장판사)는 특수강도상해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6시쯤 경기 구리시에 있는 나나의 자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금품을 요구하며 나나와 그의 모친을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나나는 모친을 보호하기 위해 흉기를 든 A씨와 몸싸움을 벌였고,가해자를 제압한 뒤 경찰에 인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흉기에 의해 턱 부위에 열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가 최근 나나를 살인미수 혐의로 역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온 ‘정당방위 인정 범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22일 나나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입건하지 않았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이 조항에 담긴 ‘상당한 이유’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다. 학계 다수설과 대법원 판례는 이를 ‘방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로 해석해 왔다. 공격을 저지하는 수준을 넘어 가해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한 경우에는 정당방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인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그동안 판례가 정당방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해 온 탓에, 무죄 판단보다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하는 방식의 판결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방어 의사가 명확할 것 ▲선제 도발이 없을 것 ▲가해자보다 과도한 힘을 행사하지 않을 것 등 엄격한 요건을 요구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발생한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이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폭행해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집주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미 제압된 상태에서 과도한 폭행이 이뤄졌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이 같은 기준은 급박한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가 방어 수위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미국은 ‘성채 원칙(Castle Doctrine)’이나 ‘물러서지 마라(Stand Your Ground)’ 원칙을 통해 한국보다 폭넓은 정당방위권을 인정한다. 피해자에게 도주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총기를 포함한 가용 수단을 통한 방어를 허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 텍사스주에서 식당 강도를 총으로 사살한 손님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 미국의 기준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방어권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보복 범죄나 사적 제재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과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변화의 기류도 감지된다. 민 변호사는 “궁극적으로는 대법원이 정당방위의 ‘상당성’을 보다 넓게 해석하는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판례 흐름을 보면 전향적인 판단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했다.

검찰 역시 2023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정당방위 사건 처리 지침’을 개정해, 야간 범죄나 극도의 공포·당황 상태에서 이뤄진 방어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검토하도록 했다.

검찰 출신의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이번 나나 사건 역시 흉기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뤄진 제압 행위인 만큼, ‘상당한 방어’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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