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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앞선 행동주의 펀드…기관·기업 참여가 관건”

이데일리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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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앞선 행동주의 펀드…기관·기업 참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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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한일회담서 '한중일 공통점' 찾아 협력 필요성 강조"
[우군 얻은 행동주의]
미국 30년전, 일본 10년전 활성화…한국은 초읽기
‘기업 사냥꾼’에서 인식 변화…美기관 개입이 촉매
日정부 적극 유도에…기관 넘어 기업 투명성 확대
“한국도 법 개정 넘어 변화 이끌 장치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상법 개정으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에 힘이 실리게 됐지만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가 자리 잡은 이들 선진국 사례처럼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전 세계에서 행동주의가 가장 활발한 1·2위 국가로 꼽힌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주주행동 대상 기업은 미국이 592개로 1위를, 일본이 96개로 2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두 국가에서 행동주의가 태동한 계기는 다르지만 제도권 안에서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미국은 주주제안, 집단소송 등의 법·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고 일본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행동주의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설계했다는 평가다.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점 역시 공통점으로 꼽힌다. 한국도 이미 2016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도입됐지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미국은 1990년대부터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기금(CalPERS·캘퍼스) 등 대형 공적연금이 스튜어드십을 앞세워 기업과 협의를 통해 거버넌스 개선을 유도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펀드들이 적대적 공개매수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사례가 빈번했으나 기관 투자자가 나서면서 행동주의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활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은 기관들이 행동주의 펀드를 지지하거나 직접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촉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일본 역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의 투자 책임이 강화됐다. 당시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아베 신조 전 정권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강화 정책에 나서면서다. 이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거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에 대해 기관이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반대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와 함께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나아가 2015년에는 기업에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독립 사외이사 의무 선임, 이사회 운영 현황의 정기 공시, 경영진 평가 지표 마련 등을 제도화했다. 일본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관행이던 ‘정책보유주식’에 대해서도 사용처 공시, 매각 등을 지시하면서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주주환원이 늘었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일본 상장사 약 4000곳이 도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유가증권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정책보유주식 매각 규모는 9조7655억엔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규모이자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실질적인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 내려면 단순 법 개정뿐 아니라 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인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의 확대로 과거 폐쇄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주주요구를 수용하며 이사회 개편, 주주환원 강화 등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용이한 환경을 조성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