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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닦달에, 李대통령 “엄정 수사”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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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닦달에, 李대통령 “엄정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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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법원행정처장에 박영재 대법관 임명
北 “작년 9월과 이달 침범” 주장
李 “민간이 했다면 중대 범죄”
군·경 합동수사팀 구성 지시
김여정은 “쓰레기·불량배” 비난
북한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대한민국이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입시키는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행위를 또 다시 감행했다”는 성명을 내고, 관련 사진을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지난해 9월 27일 오후 2시 25분쯤 북한군의 ‘전자 공격’을 받고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의 논에 추락했다는 무인기는 비교적 형태가 온전했다./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대한민국이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입시키는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행위를 또 다시 감행했다”는 성명을 내고, 관련 사진을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지난해 9월 27일 오후 2시 25분쯤 북한군의 ‘전자 공격’을 받고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의 논에 추락했다는 무인기는 비교적 형태가 온전했다./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1일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했다”며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측을 “한국이라는 불량배, 쓰레기 집단”이라고 부르며 이같이 말했다.

김여정의 담화 직후 청와대는 “북측에 대한 도발이나 자극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무인기 사안에 대한) 군경 합동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단체의 무인기 운용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므로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엄정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진상 규명을 재차 다짐한 것이다.

북한은 전날 오전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불량배들의 무리 대한민국”이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행위”를 했다면서, 우리 측 인천 강화군과 경기 파주시 등에서 이륙한 무인기들이 북한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북한군이 개성시 개풍 구역 묵산리에서 “특수한 전자전 자산들로 공격”해 추락시켰다는 무인기 잔해와 지난해 9월 27일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의 논에 추락한 비교적 온전한 무인기 사진도 공개했다. 중국제 상용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로 중국제 콘트롤러와 상용 GPS, 삼성 메모리카드 등이 부착된 것이었다.

지난 4일 북한군이 개성시 개풍구역 묵산리에 추락시켰다는 무인기는 산산이 부서져 잔해만 남았다. (위 사진) 북한은 이 무인기 내부에 삼성 메모리카드 등의 부품이 들어 있었다고 공개했다. (아래 사진)./노동신문 뉴스1

지난 4일 북한군이 개성시 개풍구역 묵산리에 추락시켰다는 무인기는 산산이 부서져 잔해만 남았다. (위 사진) 북한은 이 무인기 내부에 삼성 메모리카드 등의 부품이 들어 있었다고 공개했다. (아래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군 성명 직후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주장하는 일자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개최했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전략 공격 잠수함’ 건조 현장을 돌아보며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도 열리지 않았던 회의다.

◇北, 무인기로 적개심 키우는데… 靑 “공동조사 통해 대화 물꼬 기대”

북한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수차례 소형 무인기를 보내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청와대 사진 등을 촬영했다. 확인되지 않은 무인기 침투 사례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이 이에 대해 우리 측에 상황을 설명하거나 사과한 적은 없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담화에서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그나마 연명(延命)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간 단체나 개인의 소행이라 해도 국가 안보의 주체라고 하는 당국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민간 단체의 소행으로 발뺌하려 든다면 아마도 북한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노동신문 뉴스1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드론 가능성이 제기되자 ‘비례적 대응’을 시사한 것”이라며 “민간의 대북 전단, 무인기 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당대회 앞두고 대남 적개심 키우나

“한국 무인기가 개성시 인근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성명과 11일 김여정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2면(10일)과 3면(11일)에 비중 있게 실렸다. 북한은 “추락된 무인기에는 감시용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며 작년 9월 경기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한 무인기의 비행 경로 등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이 아니라 지금 담화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조시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조만간 예정된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 준비 등을 하고 있다.

김여정은 윤석열 정부 시절 발생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거론하며 “윤가가 저질렀든 이가가 저질렀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꼭 같은 북한의 신성불가침의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도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권이 바뀌어도 한국은 변치 않는 적대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시도를 ‘기만’으로 몰아세우면서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당 결론·규약에 명확히 반영하고, 상반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같은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여당 “남북 공동조사” 거론


북한이 오는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 대형 외교 일정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 제압용’으로 무인기 사건을 꺼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번 사태로 교착된 남북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규백 장관은 11일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는) 우리 군이 보유한 기종이 아니다”라며 “남북이 합동 조사를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12일 “남북 공동조사로 사실을 확인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상호 이익”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 검증 제의 등을 통해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 대화가 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 무인기 발표를 한 것은 당대회에서 ‘대남 적대 노선’을 계속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방중 후에 북한이 이런 발표를 한 것은 ‘남북 대화 중재를 원치 않는다’는 대중국 메시지란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한국에는 적대적 두 국가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에는 남북 대화 중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수사 지시 후 합동 수사팀은 강화도와 파주 등 접경 지역의 민간 무인기 운용 단체 및 업체를 대상으로 비행 기록 등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항적 데이터나 비행 기록 등이 사실인지조차 우리 측이 독자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무리한 수사를 할 경우 ‘남남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들은 만약 민간이 보냈다면 남북교류협력법, 항공안전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등 위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중 휴전선 인근의 무인 기구 비행을 일체 금지한 항공안전법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한 것이다. 김여정이 2020년 대북 전단 살포 단체를 비난하며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한 뒤 민주당은 남북관계발전법을 개정해 대북 전단을 금지하려 했지만 이는 2023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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