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비리, 2년 전 불거졌으나
언론 공격해 의혹 확산 막아
黨은 비리 덮고 경찰은 수사 뭉개
감시·견제·단죄 시스템 붕괴 중
언론 공격해 의혹 확산 막아
黨은 비리 덮고 경찰은 수사 뭉개
감시·견제·단죄 시스템 붕괴 중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각종 비리 의혹은 권력에 취한 한 정치인의 탈법 무도한 ‘휴먼 에러(human error)’가 아니다. 불법과 비리가 드러나도 권력으로 찍어 눌러 덮어버리는 게 통하는 세상으로 퇴보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시스템 에러’이다.
김 전 대표가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대응해 온 패턴이 있다. 비리를 고발한 제보자, 그것을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무지막지한 법적 압박과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그의 비리 의혹이 공개적으로 불거진 것은 2024년 2월이었다. 김 전 대표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기 지역구 구의원 두 사람에게서 돈을 받고는 6개월 뒤 돌려줬다고 이수진 의원이 주장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는 이수진 의원뿐 아니라 이를 보도한 기자들까지 형사 고소했다. 2024년 3월에 그의 부인이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공익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을 때도 제보자뿐 아니라 그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 고발했다. 지난해 9월 온라인 매체 뉴스타파가 김 전 대표 차남의 대학 특혜 편입 의혹을 보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부인이 보좌진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와 통화 녹음 같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보도였다. 그런데도 그는 언론중재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곧장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무려 10억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했다. 상식을 벗어난 청구 액수였다.
여기까지라면 무도한 권력자의 ‘휴먼 에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비리 의혹은 그 차원을 넘는다. 정당의 공천 시스템과 형사·사법 시스템까지 권력으로 왜곡시킨 정황이 너무 많다. ‘강선우 의원 1억원’과 ‘공천 헌금 탄원서’ 사건이 그런 예다. ‘김병기 전 대표 부인에게 공천 헌금 3000만원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탄원서는 당시 이재명 대표 보좌관이었던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까지 전달됐으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뭉개져 버렸다. 심지어 “김병기를 고발한 탄원서 원본이 김병기 손에 들어갔다”고 그의 전 보좌관이 증언했다. 비리 의혹의 장본인들은 버젓이 단수 공천을 받아 각각 시의원과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정도면 당 차원의 비리 암장(暗葬) 사건이다. 마치 권력형 범죄 영화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2024년 3월 권익위의 수사 의뢰를 받고 김 전 대표 부인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횡령 혐의를 내사했으나 무혐의로 종결 처리했다. 최근 폭로된 녹취록을 보면 김 전 대표는 부인이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모습이 식당의 CCTV에 찍혔을까 걱정하는 내용까지 나왔는데 경찰은 제대로 확인조차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가 있었다. 김 전 대표가 당시 경찰 출신 여당 친윤 실세 의원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고, 그 의원이 수사를 담당한 동작경찰서장에 압력을 넣었다고 그의 전 보좌관이 주장했다. 이건 야합인가, 여야 공조인가. 여야의 경계까지 넘는 권력 카르텔은 형사·사법 시스템마저 짓밟는다.
수개월간 수사를 뭉갠 경찰은 최근 김 전 대표 비리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자 다시 수사한다고 한다. 그런다고 권력 앞에 이미 한 번 조아린 경찰을 믿을 수 있을까. 검찰이라고 다르지 않다. 권력자의 한마디에 항소 포기로 조아린 간부들이 지휘부를 차지하고 있다. 여당은 특검 수사로 넘기자는 걸 틀어막고 있다. 그사이 사건 관련자들은 휴대전화를 바꾸고 입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하는 중이다. 김병기 사건을 통해 우리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권력 범죄를 단죄하는 민주적 시스템이 붕괴 중임을 목격하고 있다.
[조중식 뉴스총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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