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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통신(通信)에 신(信)이 없다…모래성 쌓는 이통사

뉴스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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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통신(通信)에 신(信)이 없다…모래성 쌓는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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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2025.3.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해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2025.3.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어차피 다 털렸는데, 지원금 많이 주는 곳으로 갈아타야죠."

최근 만난 지인 말이다. 믿고 쓰기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게 중요해졌다. 정보가 유출된 건 똑같은데 서로 경쟁사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통신 시장의 서글픈 현실이다.

KT가 무단소액결제 사고 후속조치로 해지 위약금 면제를 내놓자, 번호이동 시장은 요동쳤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15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KT를 떠났다.

시장을 움직인 것은 통신 품질이나 보안 강화 약속이 아니었다. 경쟁사의 사고를 집요하게 파고든 '불안 마케팅'이다. 일선 대리점 유리창엔 "다 털린 KT, 위험해서 못 씁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나붙었다. 지난해 SKT 사태 당시 목격했던 풍경의 반복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통신사들의 현실이다. 이통 3사는 지난해 모두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당사자들이다. 누구 하나 "더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처지다.

물론 경쟁사의 악재가 나의 호재가 되는 것은 시장의 냉혹한 섭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통신사들 모습은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다.


결국 통신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있다. 전신과 전화,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통신은 단순한 연결을 넘어, 정보를 안전하게 전달한다는 '신뢰'를 담보로 성장한 기간산업이다. 통신비밀 보호가 법적 의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의 '보안'은 기술이 아니라 '호객 문구'로 소비될 뿐이다. 해킹 사고는 '대규모 할인 이벤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인다. 보안 사고가 터질 때 소비자들이 "이번엔 얼마를 줄까"를 기대하게 만든 책임은 온전히 통신사에 있다.

통신은 신뢰 위에서 작동하는 인프라다. 무너지고 있는 건 가입자 점유율이 아니라 근간인 신뢰다. 신뢰가 사라진 자리를 돈으로 메우는 시장은 모래성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ICT과학부 김민수 기자

ICT과학부 김민수 기자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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