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1966년 1월 11일 65세
1966년 1월 11일 65세
/알베르토 자코메티 |
어느 예술품을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 금세 알아채게 하는 작가가 있다. 사람을 가늘고 긴 형태로 만든 조형물을 보면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가 떠오른다. 이탈리아계 스위스 조각가 자코메티는 대표작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 ‘걷는 사람’ 등 얇고 가느다란 사람 형상 작품을 많이 남겼다.
1959년 9월 21일 자 조선일보는 ‘이메지를 조형하는 사람들-현대 조각은 ‘넋이 사는 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코메티에 대해 “그의 작품은 공간을 충만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지배하고 공간의 전체 같은 느낌을 준다”고 소개했다.
1959년 9월 21일자 4면. |
“알베르토 쟈코메티(57)는 세상의 공간을 떠나서 그가 만든 ‘형(形)’을 다 집어먹고 굶주리고 있는 공간인(空間人)이다. “나는 생명의 ‘싸이즈’를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략) 2차대전 후부터 쟈코메티는 마치 고대 ‘사디니어’의 청동상들을 연상케 하는 가느다란 인상(人像)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새 형태는 세계적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쟈코메티는 이 작품들을 모조리 부서버리는 습성이 있다. 작년에는 한 편의 작품도 완성한 것이 없다.”(1959년 9월 21일자 석간 4면)
자코메티는 왜 사람을 길고 가냘픈 형상으로 만든 것일까? 이명옥 사바나 박물관장은 “인간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공포, 삶의 허무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자코메티는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하거나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언제라도 쉽게 부서질 것만 같은 인간적인 허약함을 몸과 팔다리가 극단적으로 가늘고 긴 인물상에 담은 것이지요.”(2013년 10월 31일 자 A28면)
2018년 2월 2일자 A27면. |
이주은 건국대 교수는 “부서질 듯 허약하지만 걷고 또 걷는 인간, 삶의 위대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걸어가는 사람’에서 제시하는 인간은 부서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일 뿐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두 발로 일어서는 게 인간입니다. 그 걸음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고 있지요. 이런 인간의 모습을 자코메티는 위대하다고 본 것입니다.” (2018년 2월 2일 자 A27면)
자코메티 작품은 세계 미술품 경매에서 자주 최고가를 경신한다.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온 ‘걷는 사람Ⅰ’은 1억430만달러(약 1197억원)에 낙찰됐다. 200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의 그림 ‘파이프를 든 소년’이 기록한 1억420만달러를 앞질렀다. 2015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947년 작)는 조각품 역대 최고가인 1억4130만달러(약 1548억원)에 낙찰됐다.
2022년 11월 10일자 A20면. |
자코메티는 63세 때 위암이 발병해 2년 후 사망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자코메티 작품) ‘걷는 사람’은 죽음 앞에 나약한 존재이지만, 삶의 희망을 향해 걸어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중략) 누구나 삶은 죽음으로 끝난다. 살아가는 동안 행복과 희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걷는 사람이 되자고 자코메티가 말하지 않는가”(2022년 11월 10일 자 A20면)라고 썼다.
1966년 1월 11일 자코메티가 별세했을 때 부음 기사는 “최초의 조각 오브제로 1920년대에 미술계를 진동시킨 현대 조각의 선구자”(1966년 1월 13일 자 2면)라고 평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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